동사서독 [383625] · MS 2011 (수정됨) · 쪽지

2017-04-05 20: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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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폐지와 관련하여, 7년 전에 썼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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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외교통상부 순혈주의, 외무고시의 문제인가


외무고시를 대체할 외교 아카데미의 전면적 시행에 대해 당초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라며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MB의 강력한 지시에 의해 외무고시 폐지와 외교 아카데미 도입이 추진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외무고시’를 ‘외교통상부 순혈주의’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MB의 견해가 크게 반영됐다. 


기업인 출신인 MB에게 관료사회란 순혈주의의 결정체로 보였을 게다. 끼리끼리 뭉쳐서 자신들의 보위에만 신경 쓰고 외부인사에 대해 배타적인 ‘그놈의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것만이 관료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행정고시 개편을 주문했고, 외무고시 폐지를 지시했다. 


물론 순혈주의란 그 어느 집단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 고인 물은 언젠가는 썩기 마련이므로.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MB는 그 원인을 엉뚱한 데서 짚었다. 관료사회의 순혈주의는 고등고시 때문인가. 


이번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혜채용 파문으로 외교관 지위의 세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 7일 유 전 장관 케이스 외에도 아버지나 친인척이 고위 외교관으로 있는 사람들이 외교통상부에 특채로 들어와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다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외무고시 2부 시험은 또 어떤가? 외국에서 오랜 시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외교관 자녀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외무고시 2부 합격자의 41%가 고위 외교관의 자녀라는 통계는 외무고시 2부가 사실상 고위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특혜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런 지적에 외교통상부는 지난 2004년 외무고시 2부를 ‘영어 능통자 전형’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외무고시에 비해 외교관 자녀들이 유리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공식적인 시험인 외무고시 2부 이외의 특채에 대해서는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번 유 전 장관 딸의 케이스만 보더라도 더 이상의 다른 설명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들에게 외교통상부의 특채란, 장관의 딸을 채용시키기 위해서라면 관련법규와 규정 같은 건 언제든지 무시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게 됐다. 


이런데도 외교통상부 순혈주의의 문제가 외무고시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외무고시 2부와 특채 전형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외교관 지위를 세습하는 만행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의 칼끝이 향해야 하는 건 외무고시가 아닐 것이다. 또한, 외교 아카데미가 과연 외무고시의 ‘개선책’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외교 아카데미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거쳐 대상을 선발해 그들을 일정기간 교육시킨 뒤 요건을 갖춘 이들에 한해 외교관으로 임용시키는 제도로서, 얼핏 본다면 외무고시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필기시험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서류전형과 면접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특혜가 될 수 있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유 전 장관 딸의 특채 과정에서 드러났듯,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면접에서 제대로 된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서류전형을 통해 미리 대상자를 ‘내정’하고 면접은 형식적인 절차로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고, 유 전 장관 딸의 경우처럼 면접에서 소수 면접관들이 분위기를 주도해 점수를 몰아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면접의 비중 확대는 이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행정고시 개편안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 전문인을 5급 사무관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은 관료사회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공무원의 전문성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외교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선발과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절대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개선이 아닌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관료사회의 순혈주의 타파는 분명 필요하다. 그로 인해 관료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것은 고시제도가 아니라, 고시 이외의 공무원 채용제도일 것이다. 외교통상부의 순혈주의를 강화시킨 것이 대를 이어 지위를 세습하는 특채인가, 객관적 공정성이 확보된 외무고시인가. 청와대와 정부는 먼저 그것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

2010년에 모 신문사에 기고했던 칼럼인데,


요즘 행시 폐지다, 뭐다 말이 많은 걸 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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