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멈췄으면 좋겠어
게시글 주소: https://test.orbi.kr/00011978968
*긴글 주의*
대선기간 동안 본인의 정치적 의견과 다르면 비꼬는 정도를 넘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글들을
종종 봐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자세가 매우 싫어서 정치적 댓글을 가급적 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고,
잘 지켜온듯 했었지만, 오늘 한 글을 읽고 폭발했네요.
속상한 마음에 일기를 썼고, 저의 일기이기 때문에 편한 문체로 작성했슴을 미리 밝힙니다.
앞으로는 쓸데없이 똥글 싸지 않고 그냥 묵묵히 유머글이나 퍼오면서 조용히 오르비 생활하겠습니다.
----------------------------------------------------------------------------------------------------------------------
투표가 끝나고 개표 중인 지금.
누군가는 출구조사를 보고 어떻게 저런 인간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
'저런 인간을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비난한다.
또 혹자는 어떻게 저런 인간이 지지율 2위를 할 수 있느냐,
'저런 인간을 지지하는 지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비난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호남 중심의 지역주의 구도가 많이 타파되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른 모양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에는 지역주의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남의 표심을 지적하면 호남의 표심이 반박에 등장하고,
호남의 표심을 지적하면, 영남의 표심이 반박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오늘도 유효하다.
'너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니?'
'저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왔는데, 우리나라도 여자 대통령이 나오면 그에 필적할만한 변화 아니겠어요'
나는 어릴 적 박정희 대통령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했었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추진력을 닮아 일을 잘 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박근혜 당대표가 커터칼 피습 당시에도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했던 것이 어린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18대 대선 투표를 한 뒤,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개표 방송을 봤던 기억이 있다.
18대 대선에서 내가 던진 표는 사표가 되고 말았다.
내가 지지하지 않았던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그 시각 즈음에 나는 술을 잔뜩 마시고서,
대한민국은 아직도 박정희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제 도래할 박근혜 정권 5년은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귀가한 나는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정이 된 시각, 지인 중 한 사람이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의 내용인즉슨
‘호남권에서 90%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데 이게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맞느냐, 아직도 호남은 빨갱이 사상에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글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이에 내 타임라인에 장문의 글을 올리게 됐다.
‘기독교인이라는 작자가 어떻게 호남 사람들을 빨갱이로 매도하며, 특정 후보에 투표하는 행위를 두고 비민주적라고 말할 수 있느냐. 그들은 경제 발전 측면에서도 소외의 대상이었고, 5.18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도 피해를 입었기에 그들의 계통인 정당을 뽑지 않는 것은 나름의 타당한 행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호남권에 비해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영남권에서 80%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고, 호남권에서 90%가 찍는 것은 비민주적 이라고 할 수 있느냐?’
날을 세워 비판의 글을 게시한 뒤 홀로 분을 삭이다가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내 타임라인을 누나가 보고 부모님께 알렸는지, 부모님이 그 글의 내용을 이미 알고 계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나의 글을 지울 것을 당부하셨다.
‘니가 분노에 차서 쓴 글이 당선인을 뽑은 니 친구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더 분란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잖니. 지금 당장 우리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았다고 절망할 이유는 없어. 우리는 결과에 승복하고 집권할 대통령이 선한 정치를 할 것을 기도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 아닐까?’
치기 어린 나에게 부모님의 그 한마디는 말 그대로 일침이었다.
지역주의에 누구보다 분노한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그로 인해 영남사람들을 미워하며, 그들을 단순히 출신지와 소속당을
보고 투표하는 덜떨어진 사람들로 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야 나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비방하고, 그들의 정당한 선거권 행사를 매도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했다.
2017년 5월 지금, 나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들을 보며 여전히 그 때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저런 인간을 뽑을 수가 있어? 머저리 같은 놈들.'
‘대가리에 총 맞은 새끼들 많네. 누가 봐도 저 인간은 대통령 감이 아닌데.’
관용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선행 조건임을 나는 믿는다.
나의 사상이 옳음이고 그들의 사상이 그름이 아니라, 나의 생각은 이렇지만 너의 생각 역시 일리가 있네. 라는 정신이 이 순간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마치 내가 누군가를 옹호했었지만, 그 생각이 바뀌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정치적 신념은 가변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후에도 내 자신이 온전히 존중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내 관용적 태도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든지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다. 베버는 사람은 스스로의 사상이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현실이 사상을 만든다고 했다.
나 자신의 위치에 의해 사상이 변할 수 있고, 언제든 내 위치는 변할 수 있기에, 우리는 나 이외의 다른 이들의 처지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험한 말로써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말을 아끼면서,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 나의 발언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근데 내 상상임뇨
-
집에서 맥도날드가 너무 멀리 떨어져있음 조조같다
-
anything ok
-
다 잘시간이긴한데
-
야근했더니 0
개피곤하네
-
감튀 웨지감자 해시브라운 크아악
-
얼마나 잘생겨야함? ㅈㄴ 궁금하네
-
저 110렙 넘김 ㅎ
-
틀닥은 가라 4
펨코 오유 웃대 하나 골라서 ㄱㄱ
-
1.마스크껴서얼굴가리기 2.다이소거울보지않기...
-
ㅈㄱㄴ
-
예체능, 유투브, 사업은 재능이라는 핑계로 시도조차 안하면서 정작 공부야말로...
-
공부도 안하고 폰만 보면서 계획만 세우는데 진짜 자괴감든다 오늘 한것도 없고 남들은...
-
세점먹으면 질리는 개거품음식인데
-
동덕여대 라커지우는건 AI가 대체할 수 없음 거기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예정임
-
존잘이 되고 싶구나 10
그냥 iq50되고 존잘로 살아가고 싶구나
-
여전히 ㅈㄴ 많기는한데 대신 반일도 줄은거같음 제식갤 유저가 줄었나 예전에는 선넘는...
-
똑똑 3
다들 자니?
-
물리50 1
물리50 백분위 99나 100나옴? 주위에 만점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걱정이네
-
화2 해볼려는데 1
화2 하려면 1내용 어느정도 알아야된다고 해서 그런데 문제는 제가 화학이 아예...
-
투명하다 투명해 1
이제 좀 정신이 들어?
-
내가 자살한다면 3
내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 할 것입니다 진짜로
-
ㅈㄱㄴ
-
시대 기준 지구 만표가 72라는데 이게 가능한가요? ebs기준으로 23수능보다 평균...
-
왜냐면 그건 4수해서 서울대로 가라는 신의 계시나 다름없기 때문 그냥 완전 럭키빗치...
-
아오 뭐야 12월이네 10
곧 크리스마스
-
수능 전엔 공부가 고통 수능 끝나니까 장염이 고통 성적표 나오면 점수가 고통 언제쯤...
-
반가워 8
-
국어는 물로 나와서 변별 안되고 수학 13까지는 누구나 맞출 정도로 공통 개쉬워서...
-
존재한다 안한다 설공은 답변 ㄴㄴ하셈뇨
-
양의 실수 전체의 집합에서 정의된 두 연속 함수 f, g에 대하여 (가) 방정식...
-
질문해드림뇨 27
오르비살리기프로젝트
-
젊은것들이 벌써자?
-
잔다고 하는글 절 대 안잠 이건 연역적으로 증명됨뇨
-
4벙으로 푼거 기억나는데 가채엔 왜 3이라고 돼있을까 1번문젠데 한문제에 등급이왓다갔다 ㅠㅠ
-
누가 오르비에 독을 풀었는가...
-
재미있는 N제 풀기나 해야겠음뇨 드릴 딱 대 ㅋㅋ
-
전쟁은 어떨때 하냐는 글에 씨발년이 꼴받게 할때 라는 답이 생각나서 써본다
-
밤샘공부하실분 8
오늘의 과목은 오르비뻘글학임뇨
-
아 진짜 무서움 5
어둠의 세력 뭐야 심지어 조회 수 중복으로 안 올라가지 않음?
-
시간 왜 이롷게 지남뇨 자야겠음뇨
-
마킹실수 6
미치겟어요 지금 수학 19번 마킹할때 백의자리에 십의자리 쓰고 십의자리에 일의자리...
-
쓸데없는 걱정인걸 알지만서도...
-
부모님께 죄송함 4
항상 큰소리 땅땅 쳐놓고 공부 안하고 잠만처자고 돈 주라하는 내가 싫다
-
복권 3등 누군가한테 탈취당하니 재탈환할 때까지 복권 계속 돌림ㅋㅋㅋ
-
다들 안 자?
-
나가기싫다 10
내가왜간다고했을까
참나...생각하는거 하고는 나랑 똑같다 헤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말이네요
다만 이런글을 올리면
'그래도 이 상황에 홍준표는 아니죠ㅋㅋ' 하는 인간 꼭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홍준표 지지하는 사람들 보면 화나고 그랬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성향의 후보들이 나오고 지지받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것 같더라고요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게 참 많은 노력을 요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