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장 [761340] · MS 2017 · 쪽지

2018-01-16 13:29:12
조회수 3,707

얼마전 수녀원 다녀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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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전 제 닉네임답게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 커뮤니티 특성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기록을 남길 겸 적어봅니다. 


제목 그대로 얼마 전에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제가 다니던 본당(성당)에 계시던 수녀님을 만나려요..!!

그 수녀님은 저의 고등학교 3년 생활과 입시지옥을 함께 지켜봐주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정기적 인사이동으로 인해 수능 직전에는 다시 수녀원 본원으로 가셨지만... 

어쩌면 부모님보다도 속 터놓고 이야기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학기말고사 채점도 수녀님방에서 했을까요ㅋㅋㅋ

수능이 끝나 수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릴 것을 상상하며 버틴 것 같습니다. 


우선, 수녀원은 일반 성당과 다르게 사전 허가 없이는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며칠 전 수녀원에 전화해서 허락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수도원 문 앞...! 높은 소나무 숲과 절도있게 잘라진 회양목이 늘어진 길이 보였습니다. 

길을 쭉-따라 올라가다 보면 아담한 크기의 하얀 성당과 수녀원 건물들이 보입니다. 잔듸밭도 있어요! 

낮은 크기의 건물들이 띄엄 띄엄 있는 것이 작은 캠퍼스를 보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우선 저는 손님맞이방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녀님께 참 죄송스럽지만... 거의 학종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한것 같네요ㅋㅋ큐ㅠ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포근-한 느낌의 방과 수녀님의 미소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저녁 6시가 되자, 수녀원 중앙 성당으로 이동하여 저녁기도를 드렸습니다. 


수능이 끝난 요즘, 매일 미사를 드리는 저로서는 그냥 성당이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네, 물론 같은 성당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고요함이 저를 덮쳤습니다. 

그리고 6시 정각이 되자 울리는 종소리는 저를 세상과 단절시켰습니다. 

저녁 기도를 드리기 위해 약 60명의 수녀님들은 소리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고요함을 깨는 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고 받는 노래로 되어있는 저녁기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맑다 못해 청량감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뇌를 사이다에 담근 기분이랄까요? 

맑은 목소리들은 성당의 높은 천장을 따라 천사들이 하늘로 가져갔습니다.

아직도 네우마 악보로 되어 있는 찬미가는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아주 오래 전부터 저를 기다려 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 대축일과 주일에는 라틴어로 찬미가를 바친다고 합니다. 

라틴어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녁 기도가 끝난 후 저는 수녀님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건물을 건너 건너 가는데 건축물 구조가 참 신기해지더라고요... 산에 있는 건물들에 특성상 그런 것 같습니다. 헤이대의 건물들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수녀원의 저녁 식사. 

뭔가 거창한 음식은 없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집밥의 느낌이 물씬 풍겨져 왔습니다. 

채소류의 대부분은 수녀원에서 직접 키운 것들이었고요...!

또한 꽃게탕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식사 후 수녀원을 떠날 저를 위해 수녀님께서는 주머니에 있었던 작은 열쇠고리까지 저에게 주셨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까지 바래다주시는 수녀님의 따뜻한 손길은 여전히 제 손을 따뜻하게 합니다. 

높은 건물들의 불빛에 비쳐 보이는 수녀님 얼굴의 검버섯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왔지만 두 사람의 마음만은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The end-



(수정)  

투표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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