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생의 마지막 정리 [522782]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8-12-18 11:39:55
조회수 7,140

이과로 졸업해서 문과논술 합격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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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7년생이고 자연계열로 고등학교 졸업, 학종으로 Y대 분캠에 입학했습니다.

1학년 생활을 하다 학교 줄세우기나 하고 술이나 퍼마시는 과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활은 이게 아니었는데.


휴학하고 반수를 했습니다.


그때 제 삶은 방향을 잃었고 

제가 무얼 하고싶은지도 모르는 채 

다른사람들이 다 대학을 가니까 가는가보다 하고 

타율적으로 살고 있던 저저신의 모습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고등학교 3년동안 무슨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없었고

학교라는 공간은 책과 책상 사이 저를 가두는 공간에 불과했을 뿐 오히려 저를 정체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학종을 위해 공부보다는 교내활동과 창의적 체험활동에 집중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습니다.

학교는 틀어박혀서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꿈을 찾아가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다른 이에게는 몰라도, 적어도 제게는 그렇지 못했던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당연히, 목적 없는 반수 성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학교는 과감히 자퇴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서울에 집을 둔 저로서는 금전적 부담이 작지 않아 물심양면의 괴로움에 시달렸습니다.

아 물론, Y대 서울캠으로 전과하는 방법도 있긴 했는데, 동기부여가 안됐습니다. 하고 싶은 전공이 없었으므로.


이후 1년간, 지금 삶의 방향을 잃은 채 타성에 젖은 삼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지인이나 인터넷을 통해 관심있는 분야들의 실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국제관계, 방송(미디어), 의료, 출판, 항공산업에 관심이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종편채널 조연출부터, 대학병원 간호보조, 도서관 장서관리, 항공관련 학원 조교(전기자격증 보유)를 해 봤습니다.

그렇게 1년동안 여러 진로에 대해 더 깊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저는, 군입대를 결정했습니다.


항공에 흥미가 있던 저는 자격증을 이용해 공군으로 입대하였습니다.

공군에 와서 선후임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국방부 월간지 리포터 활동도 하며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제가 복무하는 기지는 연합기지였고, 근무하는 부서는 미군들과 함께 업무를 하는 부서였습니다.

같은 부서의 미군이 가져오는 미군 일간지를 보며 이전에는 막연한 관심분야였던 무역이라는 분야에 눈길이 가며

미중 무역제재, FTA,관련 서적을 읽기도 하고, 일과후 TV에서 관련 이슈가 나오면 왠지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렇게 6월, 원래 글쓰기에 자신이 있었던 저는 이번 입시에 인문논술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5개월 동안 논술준비에 매진했습니다. 물론, 최저를 맞추기 위한 수능준비도 했습니다.

수능을 다 준비하는건 솔직히 말해서 시간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이것은 핑계라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휴가를 나올때도 박람회에 가기도 하고, 논술특강을 듣는 등 입시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매일 고된 노동을 하며 놓은지 오래된 공부를 다시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간부분들, 선후임들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말그대로, 주경야독의 반복이었습니다. 정말 괴롭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마지막 논술날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서울 K대 국제통상학 전공에 최초 합격했습니다.


물론 저는 논술로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어쩌면 저의 지난 3년이야말로 학종에 어울리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진로를 찾아가는것이야말로 성적만능주의의 한국 대학입시에서 지향해야할 진로탐색의 방식이라고 봅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렇습니다. 붙고 나서야 할수 있는 조금은 건방진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꿈 없이 남들의 시선에 쫓기며 살아가고있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많아 글 씁니다.

간판만을 추종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찾으십시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꿈은 분명 그림자뿐인 간판보다 의미가 클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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