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물리, 특히 물리도 이론 물리쪽을 전공하는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머리'에 대해 고민하게됩니다. '이런 것도 겨우겨우 이해하는 내가 과연 학자로서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누구는 노는 것 같은데도 매번 시험보면 1,2등을 놓치지 않는데 내가 과연 그런 애들과 경쟁이 가능할까?' 하는 그런 등등의 생각말이죠.
하지만 전 한국 학생들이 이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점은 '수학적 머리'가 아니라, '수학, 물리에 대한 호기심'인 듯 합니다. 사실 명확히 얘기하면 호기심이라기보다는 '호기심을 발산하는 태도'라 할 수 있겠네요.
미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한국과 중국 학생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험성적은 top을 모두 쓸어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반복훈련된 훌륭한 계산 실력과 시험을 대비하는 요령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중국에선 날고 뛴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었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Researcher로의 길로 접어들면 생존 확률이 구미학생들에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혹자는 '창의성이 떨어지기 떄문'이라고도 얘기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직접적인 이유는 그들의 학문에 대한 태도때문이라 생각합니다.
美 MS Research 전산수학 이론 그룹에 김정한 박사님이라고 계십니다. MS Research에 있는 유일한 동양인 연구원이죠. 그곳에 있는 연구원 대부분이 명문대 교수를 하시다 오신 분들이고, 그곳에 포닥을 지원하는 사람들도 MIT, Berkeley 등 명문대 박사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엄청 몰리더군요.
김정한 박사님은 연세대학교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Rutgers Univ.(수학으로 그렇게 유명한 대학은 아닙니다.)에서 Ph.D를 하신 분이죠. 그 분은 어렸을때 특출난 적도 없었고, 고등학교 성적도 그냥 반에서 5등 내외정도였을 뿐더러(서울 평준화 일반고였습니다.), 대학 성적도 3.0을 약간 넘는 정도의 성적이셨습니다. 81학번이신데 원래 고3 6월까지 본고사를 치루기로 되어있던게 갑자기 전두환 대통령에의해 학력고사로 갑작스레 바뀌면서 그 해 서울대, 연고대 전학과가 미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었다더군요. 학력고사 340점 만점에 180점 짜리가 서울법대에 합격했던 것도 그 해였고..(덕분에 전두환 딸도 서울대에 입학하는 감격을...@.@)
그러시면서 자기는 사실 본고사 수학성적이 계속 안좋아서 여름방학 때 수학과외를 할 생각이셨답니다. 근데 갑자기 입시제도가 바뀌어서 운좋게 연세대에 입학하게 되셨다구요. 그 전까지의 성적으로는 불가능이었는데...
대학 입학해서도 전공성적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셨습니다. 사실 시험 때 시험공부하는게 너무 싫었다고 하시더군요.ㅋㅋ 책을 보면 자꾸 시험에 안나올만한 내용이 눈에 걸리는데 그걸 그냥 뛰어넘어가는게 자기는 싫었다고.. 그래서 항상 시험기간에는 별로 안하다가 시험기간 끝나고 도서관이 텅텅비면 그 때가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셨다더라구요. 어쨌든 평범한 성적으로 석사까지 마치고 유학가서 전공을 바꾸셨습니다. 원래 수리물리 전공이었는데 아내분 수업 필기 대신 해주시다가(유학가기전에 결혼하시고 같은 학교로 유학 가셨습니다. 아내분은 수학을 전공하셨구요.) 그 과목이 너무 재밌어서 그것으로 전공을 바꾸셨답니다.;; 그게 지금하고있는 전공이구요.
그런데 그렇게해서 한 전공에서 좋은 문제를 하나 해결해서 전산수학에서 가장 권위있는 Fulkerson Prize를 수상하셨고, 내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사실상 최초로 ICM(국제수학자총 회. 4년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자 모임으로 우수한 업적이있는 수학자만 초청받아 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필즈메달 수상자가 결정되죠.)에 가셔서 자신의 전공인 전산수학에대한 강연을 하십니다. 전에도 한 분 가신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은 자신의 전공이 아니라 수학사(數學史)를 강연하신 것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초청이라 하기 힘든 것이었죠.
현재는 동아일보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계시고, 한국에 귀국하실 때마다 주요언론사에 서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뜻이겠죠. 구글에서 김정한 박사님 이름을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논문이 나오구요.
제가 운이 좋아 김정한 박사님과 몇 달동안 같이 연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의 기본 마인드는 항상 '왜?'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공부한 부분을 발표할 때도 '저기서 이렇게 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지?', '왜 저기서 저런 방식을 썼을까?' 등등 어찌보면 매우 근본적인 질문들에대해 계속 던지셨었죠. 그리고 책을 통해, 논문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또는 혼자 생각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셨구요.
제가 그 분을 보면서 느낀 것은 '요령'이 아니라 '正道'를 가려는 mind와 '열정', 이 두가지가 그 분의 지금을 만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분에게서 어떤 '천재의 포스(?)'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그 분은 그것만으로도 현재의 자신을 만드셨죠.
또 이번 학기부터 연세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부임하신 김병한 교수님은 김정한 교수님과 같은 81학번이신데 연세대학교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Notre-dame Univ.(수학에선 미국에서 50위권에도 들기힘든 대학이죠..;)에서 Ph.D를 받으셨습니다. 학부성적은 3점대 초반이셨고, 학부 때 위에서 말씀드린 김정한 박사님과같이 대학생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하신 적이 있는데 입상을 못하셨다더군요. 또, 당시엔 석사장교라고 6개월 복무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는데 그 시험마저 떨어지는 바람에 학사장교로 무려 4년이나 복무하셨구요. 하지만 그 분이 전공하신 수리논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그 분야의 대가가 수십년동안 매달려서 풀지 못했던 문제를 푸셨고, MIT에서 교수제의를 받아 그곳에 계시다가 오셨습니다. 'Kim Theory'라고 적힌 책을 저에게 보여주시면서 여기있는 이 Kim이 자기라면서 자랑하시던 모습이...^^ㅋ
위의 두 분의 얘기가 매우 특수한 케이스처럼 보이지만, 수학사를 보면 '천재'가 아님에도 '대단한 수학자'로 인정받는 학자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수학, 물리를 전공하게되면 수없이 듣게되는 이름 중 하나가 David Hilbert라는 학자인데 이 사람 역시 그랬죠. Hilbert의 스승인 Hurwitz, 그와 동연배였던 Minkowski라는 학자는 당대 최고의 천재들이었습니다. 수학에대한 지식, 이해속도 등은 가히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죠. 그 때문에 Hilbert의 자서전에보면 자신은 죽을 때까지 스승의 그림자를 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에비하면 자신은 너무 평범하고 초라했으니까요. 그와 동연배 친구였던 Minkowski는 이미 18살에 뛰어난 논문을 발표해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수학상도 수상했죠. 일화에 의하면 당시 작고한 영국수학자와 공동수상했는데, 영국 사람들이 생전 타 본적 없는 그런 유명한 상을 작고한 자신들의 유명한 수학자와 18살짜리 꼬마애랑 공동수상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하더군요. (힐버트 전기집에보면 힐버트의 아버지는 힐버트에게 "Minkowski같은 대단한 사람을 너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니 행동에 조심하라."라고 했다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수학자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명 모두 이 셋 중 Hilbert가 가장 뛰어난 수학자라고 얘기합니다. 성향은 다르지만 그 비중으로보면 20세기에 있어 '수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릴만한 영향력을 미쳤으니까요. 실제로 Hilbert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할 무렵, 불변식론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수학적으로 보면 이는 상대성 이론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연구였습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이라 알려진 식도 실제론 힐버트와 푸앙카레에의해 알려진 식이었구요. 단지 그 식에 물리적 의미를 부여하지않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거죠.(일화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나서 푸앙카레가 자기 연구 배꼈다고 진노했다하죠.ㅋ) 하지만 Hilbert는 고등학교때까지, 아니 대학교때까지도 매우 평범한 '모범생'이었으며, 강연회장에서는 다른 학자들이 발표하는 강연 내용을 따라가지못해 항상 옆에있는 다른 학자들에게 수도없이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참 생각하다가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이해되었다고 생각되면 넘어가구요. 고등학교 시절엔 자신의 저조한 암기능력과 느린 이해속도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었구요. 하지만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인정받았습니다.
Ernst Kummer라는 수학자도 있는데, 이 사람은 최초로 거의 대부분의 지수에대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했던 사람입니다. 그가 증명한 내용을 적용시키면 100 이하의 수 중에선 3개의 수를 제외한 모든 지수에대해선 페르마가 주장한 내용이 성립하죠. 하지만 그의 계산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형편이 없었습니다. 수업시간 중 6x9를 써놓고 계산을 못해 쩔쩔맸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아인슈타인은 대학 전공물리과목에 F가 있었고 수학과목은 C가 상당히 많았지만 역시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대접받고 있구요.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고싶은 말은 앞으로 공부하면서 받게될 성적표나 기타 스펙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공부를 했다는 '성의'면에서라도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겠죠. 하지만 단지 성적이 나오지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머리 탓'을 하며 시도도해보지 않고 진로를 돌려버리는 愚는 범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험 성적이 여러분의 모든 능력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들의 학문에대한 '열정'도 그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빨리 아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 정말 나는 수리 1등급만 나왔으면
대학이 엄청나게 바꼈을텐데 ㅠㅠ...
왜 2등급에서 올라가질 않냐고 ㅠㅠㅠㅠㅠ
억 ㅋㅋ 김정한교수님.. 지금 우리과 이산수학 가르치시는데 ㅋㅋ
우와 나도 할 수 있겟구나!!!
아인슈타인이 수학 낙제였다고들 하지만,
그가 다녔던 대학(취리히 공과대학)의 레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못했다는 거지.
한국의 경우로 비유해보자면 카이스트에서 성적이 낮았던 정도.
말도 안되는 헛소리네요.
현재 카이스트 수준은 님의 수준으로 상상불가입니다
카이스트에 대해 뭘 얼마나 아시나요?
아인슈타인은 수학 못했습니다.
그게 정설이고 그 근거는 편지에 담긴 질문을 보면 알수있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아인슈타인의 진실이란 식의 글의 내용을 적은거에요.
제가 카이스트를 비하한것도 아니고요
왜 여기서 제 수준과 카이스트 수준비교가 나오나요? 어이가없넹 ㅋ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잘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얼마나 수학을 잘했는데요....
취리히 공대 시험칠때 라틴어나 이런 과목에서 낙제먹고
그냥 나가리 될뻔한거 수학을 너무 잘해서 입학을 담당했던 교수가
1년만 낙제한 과목 공부해서 오면 받아주겠다고 쇼부를 쳐서
아인슈타인은 재수해서 취리히 공대 갔습니다
고교시절에도 우리나라로 치면 특목고 같은 학교에서
전교에서는 아니라도 반에서는 손가락 안에 들던 성적을
내던 사람입니다
다른 과목들 말아먹은걸 수학으로 다 커버쳤구요
수학을 못한다는건 당대의 파울리나 하이젠베르크 같은
괴물들에 비해서 못했다는거지 결코 못한게 아닙니다
학문을 하다보면서 느낀게 연구는
머리좋은 놈이 독한놈 못이기고 독한놈이 즐기는 놈을 못이긴다는걸
처절하게 느끼게 되더라구요
아무도 한적 없는 주제를 잡고 일을 하고 있자면
진짜 깜깜한 길속을 작대기 하나갖고 휘휘 저으며
걸어가고 있는 느낌일때가 많습니다
근데 커다란 업적을 남기는데는 저 위의 격언과 함께 중요한게
운도 정말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요즈음 같이 이미 축적된 지식이 많은 경우에는
쉽고 중요한건 이미 똑똑한 사람들이 다 풀어놓고
어렵고 덜중요한 문제들이 거의 남아있어서 후세 사람들이 뭘 해내기는 힘들어요
대신 운이 좋아서 다른걸 건들다가 우연히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거나 하는건 옛날보다 더 쉬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장비가 훨씬 좋아졌기 때문에 옛날에 못본걸 우연히 볼 기회는
더욱 늘어난 셈이니깐요
물리의 경우에는 이렇지만 수학쪽으로는 제가 연구를
하지 않아서 잘모르겠지만요 ㅎㅎ
이과생인 저도 수학이나 과학 과목에서 이해와 계산이 느려서, 이과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올해 재수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이 글을 보면서 용기를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