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mats [357520] · MS 2010 · 쪽지

2013-02-06 19:08:03
조회수 2,873

과연 당신은 진짜로 겸손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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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양해해 주시길 바라고 내용에서 잠시 성경 이야기가 나오지만 기독교를 비하하거나 할 의도는 전혀 없으며, 더불어 저는 기독교인이 아님을 밝힙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만큼 보기 흉한 것도 없다. 사전적 의미는 '얕은 수로 상대를 속이려 한다.'는 것인데,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뻔히 드러나는 수작을 부린다는 뜻이 되겠다. 이런 수작을 부리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겉으로는 그러려니 하고 속아 주지만 속으로는 자연스럽게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이는 어린아이가 아닌 이상 자신이 눈 가리고 아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짓을 하기 때문으로, 실상 자기 기만이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중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예가 바로 자기 자랑에 관한 것이다. 친구나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랑은 하고 싶지만 차마 대놓고 하지는 못 하니 어떻게든 돌려서 자랑하고자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그런 때면 그 심정이 이해는 되면서도 보고 있으면 안쓰럽고, 때로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똑같이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해도 자랑의 경우 보통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간접적인 방식으로, 얕은 수를 써 가며 자랑하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때가 많고 인지하고 있더라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자기의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각주1) 이에 대한 정량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전반적으로 주변 사람들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관찰한 결과가 그랬으며 당장 나부터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자랑하면서 별다른 잘못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히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의 가장 큰 목표는 이런 얕은 수를 써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의 자랑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를 명확히 해서 이를 경계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랑할 때의 심리 상태를 내 기준에서 추측해서 쓰는 글이긴 하지만 내 나름대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며 예시를 많이 사용했다. 여기서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하려고 누가 봐도 명백하게 자랑하고 있는 예시들을 사용했지만, 이것은 하나의 대표 케이스인 것이지 실제에 있어서는 훨씬 더 미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바뀔 수 있음에 유의해 주길 바란다. 아직 인생 경험이 적기 때문에 사용된 예시가 학벌이나 공부에 관한 것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그럼 먼저 글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될 개념 2개-소극적 겸손함과 적극적 겸손함-에 대해 소개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자랑을 노골적으로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할 경우 교만하다거나 겸손하지 않다는 등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평판을 얻게 됨을 알기 때문이다. 요컨대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대놓고 "내가 요즘 연봉 얼마를 받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모두 이 정도의 겸손함은 가지고 있는데, 이런 정도의 겸손함을 "소극적 겸손함"이라 부르고자 한다. 다시 말하자면 "소극적 겸손함"이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갖추고 있는 최소한의 겸손함이고 교양있는 사람의 기본 소양이기에 갖추는 것이 당연하고 갖추지 못한 것이 비정상인, 그런 정도의 겸손함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상대되는 "적극적 겸손함"이란 무엇인가? 주변 상황을 감안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자랑으로 느낄 만한 행위는 하지 않는 겸손함이다. 소극적 겸손함은 직접적으로 자랑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만 적극적 겸손함은 거기에 더해 간접적으로 자랑하는 것도 지양하고 동시에 그럴 기회 자체를 미리부터 봉쇄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소극적 겸손함만 있고 적극적 겸손함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앞서 말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의 자랑을 많이 하곤 한다. 그럼으로써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면서도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적극적 겸손함의 정의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자랑하지 않는 겸손함'이라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적극적 겸손함의 부재는 여러 방식으로 표출되기 마련인데,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1.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꼭 이용하고, 2.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가 생기지 않으면 그런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들며, 3. 작은 오점을 이용해 큰 자랑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 3가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회를 꼭 이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다. 말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랑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말하다 보니 자랑이 되는 부분을 드러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직업이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고, 상대가 그에 대해 무슨 과냐고 물어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의과대학 다닙니다." 라고 말하면 자랑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도 자랑이 되는 부분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경우에는 자랑을 했지만 이것을 가지고 책할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대화의 분위기상 과를 밝히는 것이 '정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당위성 있게 자랑이 될 만한 언행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이다.


 이제 처음에 말한 1.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회를 꼭 이용하는 행태가 어떤 것인지 대충 감이 왔으리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저런 기회가 올 때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랑을 늘어놓는 행태를 말하는데, 앞서 자기소개를 하는 예시는 상대가 먼저 물어 왔으므로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였지만(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하는 경우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모처럼 중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최근에 친 토플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고 하자. 이 때 만약 나도 이번에 토플에 응시했다면 일반적으로는 자연스레 내 점수를 이야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화제에 맞는 발화를 한다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다 점수가 60점에서 70점 정도인데 내 점수는 그보다 훨씬 높아서 가령 110점이라고 하자. 이 경우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점수를 밝히는 행동이 겸손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자기 점수 이야기를 할 당위성은 있다. 어디까지나 화제에 맞는 발화이고 다른 친구들도 자기 점수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을 꺼낼 당위성이 있다고 해서 자랑이 자랑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면 이는 내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것인데, 내용은 오토바이를 사고 싶은데 무엇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그러면 오토바이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굳이 "학교 밑에서 수업 들으러 연대 대우관까지 올라가기가 너무 멀어서요." 같은 말을 붙이고 있었다. 이 역시 글의 내용상 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다. 오토바이를 사고 싶다는 글이고 왜 사고 싶은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거니까 충분히 당위성은 있는데 그렇다고 굳이 자기가 연세대 경영학과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내비칠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케이스들의 문제는 이것을 지적했을 때 자기 나름대로는 반박할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오토바이의 경우 "나는 자랑하려고 말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 맞는 말을 했을 뿐이다, 아니 오토바이 사고 싶다고 말하면서 왜 사고 싶은지도 말 못하나? 괜히 과민반응하지 마라."와 같이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까지도 "나는 자랑하고 있는 게 아니다."고 속여 넘기기 쉽다. 뻔한 자랑을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위험한데 자칫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랑은 말하는 사람이 자랑을 하려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자랑이면 자랑이고, 자랑이 아닌 목적으로 자랑이 될 만한 언행을 했다고 해서 그게 자랑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행위의 목적이 아닌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2.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가 생기지 않으면 그런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1번 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번은 1번을 행하기 위한 밑작업이라고나 할까. 2번 방식의 포인트는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를 만들기 위한 발화'의 내용은 자랑과 관련이 없게 해 대충 들어서는 자랑을 하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아채기 어렵게 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 발화는 겉보기에만 자랑과 관련이 없을 뿐 어디까지나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를 만들기 위한, 몇 수 앞을 내다본 포석이라고 하겠다. 이런 것들 중에서는 눈에 빤히 보이는 예도 있고 보다 머리를 많이 굴린 것 같은 고단수의 경우도 있는데 그 중 눈에 빤히 보이는 예로 내가 고등학교 때 많이 부렸던 수작을 소개해 보겠다. 


 모의고사나 여타 시험을 치고 나서 내가 좀 잘 쳤다 싶으면 자연스레 내 점수를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아무 이유 없이 말하면 노골적인 자랑이 되니까 먼저 친구한테 내가 틀린 문제 이야기를 하면서 밑밥을 깐다. 어디까지나 내가 '틀린'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최초의 발화는 자랑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틀린 문제 이야기가 끝나면 자연스레 그 과목에서 총 몇 개 틀렸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또 자연스레 다른 과목은 어땠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거기까지만 가면 목표는 90% 이상 달성된 것이다. 친구 점수를 먼저 물어봐 주고 점수가 높으면 부러운 척 칭찬도 빼놓지 않고 해 준 뒤 친구가 자연스레 내 점수를 물어보길 기다린다. 물어보는 순간, 속으로는 가려운 곳을 긁어 줘서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지만 겉으로는 약간 작은 목소리로, 마치 점수를 말하기 싫었는데 물어보니까 어쩔 수 없이 말하는 것처럼 "아... 난 xxx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친구들이 칭찬해 주면 겸손한 척하면서 "다 찍었는데 운이 좋았던 거지 뭘..."이라고 대답하고 성공적으로 자랑을 마친다. 친구들이 보기엔 얼마나 같잖았을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그땐 그러고 다녔다.   


 다른 예로는 어머니께서 자식 자랑 하시던 일을 들고 싶다. 이 역시 최초의 발화는 자랑과는 별 관련이 없었으나 높은 확률로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로 이어지는 발화라는 데에 주의하기 바란다.


 가족끼리 여행을 갔다가 식당에서 부모님과 연령대가 비슷하신 어떤 부부와 동석을 한 적이 있다. 이야기 도중 서울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머니께서는 부산에서만 평생을 보내셨기 때문에 당연히 서울에는 익숙하지 않으셨고, 그래서 서울 지리를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시고자 했다. 그런데 여기서 "서울에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지리를 잘 모릅니다." 정도로만 이야기하셨어도 충분할 것을 굳이 "우리 자식들은 대학이 다 서울에 있어서 지리를 아는데 저는 서울에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지리를 잘 모릅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다음 순서는?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자식들이 대학생이에요? 과가 어딘가요?"라는 질문에 이어 "서울 어느 학굔가요?"라는 질문으로 넘어가 부모님이 자랑스레 학교를 자랑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다른 이야기 속에 학교 이야기를 넌지시 흘림으로써 정당하게 자랑할 기회를 만드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것은 하나의 미필적 고의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말이 정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렇게 만들기 위해 그 말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일일이 의식해 가면서 말을 하고 대화를 유도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할 때 자신이 이런 투의 말을 하고 있다면 조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미필적 고의로 저질러진 범죄도 그대로 범죄이듯이 자랑하기 좋은 환경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도 특정한 발화를 하는 것 역시 자기 자랑이고 경계해야 할 태도임에 틀림없다.


  


 


 3. 작은 오점을 이용해 큰 자랑을 하는 것은 크게 자랑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데 그와 관련해 작은 오점이 있을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진행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기가 자랑하고 싶은 주제와 관련해 자신이 잘못한 것, 실수, 치부 등을 말한다. 이 치부는 비교적 사소한 것으로 잠시 뒤에 꺼내 놓을 자랑에 비하면 미미하며, 말하자면 본론을 꺼내기 위한 전채와 같은 것이다. 잠시 지나 전채가 끝나면 사실 치부는 그것밖에 없고 나머지 면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겸손을 가장해 자랑하는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난데, 이것만큼 얕은 수도 없다. 본인은 치부와 자랑거리를 동시에 소개함으로써 무언가 면죄부 같은 것을 얻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야기 도중에 미미한 치부를 꺼냈다고 해서 자신이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예를 하나 들고 싶은데, 이미 좋은 예를 바로 앞에서 소개했다. 시험을 치고 나서 자신이 틀린 문제로부터 이야기를 꺼내 결국 상대방에게 점수를 과시하는 예는 자신의 치부를 먼저 드러냈다는 점에서 여기서도 적용될 만한 예라고 하겠다.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실례를 하나 더 소개하고자 한다.   


 과 방에 동기들이 모여 있었는데 지난 학기에 들은 통계 수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당시 통계 교수님은 3번의 숙제를 내 주셨고 매 숙제에 대해 등수를 발표했는데 어쩌다 이야기가 그 숙제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한 친구가 "아, 난 참 성적이 이상해. 첫 숙제는 1등했다가 두 번째는 꼴등, 3번째는 다시 1등을 했단 말이야." 하는 것이다. 자랑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성적이 '이상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처럼. 그리고 다른 동기들이 각자의 성적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시 같은 이야기를 몇 번 더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2번째 숙제가 꼴등이었다는 것에 편승해서 두 번의 1등을 자랑하고자 하는 모습이 명백한데 자기 딴에는 그렇게 말하면 속여질 줄 알았던 걸까. 그리고 잠시 뒤에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다른 동기 하나가 그 친구에게 자랑하지 마라고 일침을 놓은 것. 그 말을 듣고 그 친구는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지만(2번째 숙제는 꼴등이었음을 강변하며) 당연히 부정한다고 부정이 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듣고 있으니 통쾌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컨대 자신의 치부를 밝혔다는 점에서 하나의 면죄부를 얻었다는 느낌에 더 크고 당당하게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심리적으로 자랑과 치부 사이의 '균형'을 맞췄다는 생각에 더 부담없이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 3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런 모습은 그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3가지 방식의 자랑들에 대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원칙 둘을 제시하고 싶은데, 하나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순간만 넘기자'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된 몇 가지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결여된 것이 바로 발화자의 객관성이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으면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지금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떤 뜻으로 들릴지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데 막상 자랑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어서 나의 자랑거리를 알리고 싶은 생각에 객관성이 마비되곤 한다. 자랑이란 건 태생적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한 것이기에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대부분의 경우 무엇이 자랑이고 무엇이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제 3자가 이렇게 말하는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를 객관적으로 추측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랑하고 싶은 욕구는 경험상 충동적으로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나 충동 구매를 하고 싶은 욕구, 혹은 자살하려고 하는 욕구와 비슷해서(각주2) 욕구가 느껴지는 그 순간에는 하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다가도 그 순간만 넘기면 그 욕구가 급격히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까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그 순간'만 버티면 자랑을 하지 않고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순간'을 버텨내고 나면 참아냈다는 데에 대해 상당한 보람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군것질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마침 길거리에서 맛있는 게 보이고, 순간적으로 충동이 느껴지지만 그 순간만 꾹 참고 빠져나가면 잠시 뒤 자신이 '해냈다는' 것에 상당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대화 중 자랑하고 싶은 순간이 왔을 때 2가지 원칙을 상기한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적극적 겸손함을 실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자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그 상황이 오면 머리에서 온갖 종류의 합리화를 통해(지금은 당위성 있는 상황이라든가, 나는 자랑뿐 아니라 치부도 소개했다든가 하는) 자랑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정말 각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느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금의야행(錦衣夜行)의 고통은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오르비 같은 수험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 수기를 쓰고 공부법을 강의하며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에 대해 물어보라는 글을 쓰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이게 과연 순수하게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인지, 아니면 혹시 수기나 공부법이라는 이름 하에 자신의 성공담을 '당위성 있게' 자랑하며 금의야행의 고통을 완화시키고자 함은 아닌지 궁금해질 때가 많다. 궁금증을 풀어주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명분 하에 "내가 이런 대학에 다닌다."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는가? 물론 수기와 같은 글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과 잠바와 같이 자신의 대학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다님에 있어서 그것이 적극적 겸손함을 실천하는 행동인지는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모두 내가 남들에게 자랑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입장에서 보면 나는 돌을 맞았으면 맞았지 절대 던질 입장은 못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서 성경을 한 번만 더 빌리자면 내가 "부자와 나사로"(각주3) 이야기의 부자 역할을 하지 못 할 것도 없는 것으로, 내가 부자가 되고 이 글이 나사로가 되어 하나님께 "나사로를 보내어 '복음'을 전파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 겸손함의 중요함을 깨닫는 것이기 때문에 나사로 아니라 나사로 할아버지를 보내더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이가 있어도 권함을 받지 아니하리라."(각주4)     



각주1 - 누가복음 23:34
각주2 - (당연하지만)내가 자살하려고 했다는 것은 아니다.
각주3 - 누가복음 16:19-31
http://blog.naver.com/dfgiyo/140138533203
참조
각주4 - 누가복음 16:31
이르되 모세와 선지자에게 듣지 아니하면 비록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자가 있을지라도 권함을 받지 아니하리라 하였다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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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멍이 · 426443 · 13/02/06 19:19 · MS 2012

    저를돌아보게만드는글이네요 아 물론 보진않았습니다

  • 4천원 · 59684 · 13/02/06 19:52 · MS 2004

    사진관 태그에는 사진관 태그에 맞는 양식을 갖춘 글을 올리셔야해요

  • 강지ㅋ · 331586 · 13/02/06 20:03 · MS 2010

    이 글의 주제에는 전적으로 찬성하지 못하겠네요.
    이 글은 적극적인 겸손함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자랑이라는 것은 죄악으로 치부할 정도인데 그 주장엔 근거가 없다고 봐요.

    겸손함이 어떤 관점에서는 미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자랑하는 것이 죄악은 아니죠.
    특히 주변인들에게 겸손함을 강요하는 일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동양적 사고방식인데

    지금은 자기 PR이 중요한 지금의 시대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의 장점을 적극 알려주는 것은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겸손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것 역시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어요..
    더구나 보통의 겸손함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적극적인 겸손함을 하라니... 저는 자연적인 욕구까지 억누르는 강박적인 생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히려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자기발전으로 승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죠.. 지금 주장하시는 삶의 자세는 미덕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사회적 발전에도 기여할 부분이 없다고 보입니다만.

  • aegiss · 70860 · 13/02/06 20:13 · MS 2004

    자랑하고프면 시원하게 자랑했음 좋겠다 싶음......그게 뭐 어때서.

  • 3도방실차단 · 37808 · 13/02/06 20:25 · MS 2003

    사진관 태그 달려면 사진부터..

  • 心貧 · 243365 · 13/02/06 20:50

    01 사진관 태그 빼거나 사진 넣어주세요
    02 대전제인 겸손=선, 자랑=악에 동의하지 않고, 적극적 겸손의 당위성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네요

  • Salsa · 407237 · 13/02/06 21:20 · MS 2012

    사람인 이상 자랑을 안하면 속터져 죽을거같은데..
    좀 읽다가 스크롤 내린긴 했는데..
    자랑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전제하고 쓴 글 같은데 왜 잘못된거죠?

  • 라젠카 · 232827 · 13/02/06 21:27 · MS 2008

    전 다른사람 자랑을 유도한다고 하던데.. 이건 뭐죠?

  • 건축덕후 · 410486 · 13/02/06 21:39 · MS 2012

    겸손은 힘들어 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 건축덕후 · 410486 · 13/02/06 21:39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커서­ ­ · 372989 · 13/02/07 00:01 · MS 2011

    다 읽고 나니 뭔가 죽을 죄를 지은것같네요 ㅠㅠ

  • The-Q · 362748 · 13/02/07 04:24 · MS 2010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The-Q · 362748 · 13/02/07 04:35 · MS 2010

    제가볼땐 그냥 필요이상으로 눈치보는거같은데요..의대 다닌다는말 들으면 얘 자랑하니까 기분나쁘다라는 생각보다 그렇구나 내지는 공부열심히했겠구나이선으로 생각하지않나요

  • 연두유 · 506125 · 15/10/10 13:46 · MS 2014

    오르비에서 이렇게 긴 글을 한문장한문장 정독한건 처음인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