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공주 [471764] · MS 2013 · 쪽지

2014-01-05 01:22:20
조회수 10,149

남에게 보여지려고 했던 공부 , 재수의길

게시글 주소: https://test.orbi.kr/0004175267

나의다짐이길래.. 다짐하면서 그래도 위로의 말을 얻고자 끄적입니다...

 

전 특목고 자사고도 아닌 경기도에 있는 일반고에 다닌 학생이었습니다. 

중학교 내내 놀면서 내신 168 밖에 받지 못했던 나를 한탄하며 (동탄국제고 떨어진후)

“고등학교 가서 이제 정신 차렸으니까 잘해야지" 하면서 고등학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하지못하고, 진짜 정신 차린건 2년이 지난

2학년 겨울방학 때였습니다.

방대한 수학숙제의 양과 와 영어단어들 그리고 스트레스들..

금요일 제외한 모든 시간은 학원과 독서실에 투자를 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알차게 시간관리했고 제일 열심히 했던 2달이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저는 진정한 공부를 하고 있었던건 아니었습니다.

 

예를들어, 수학 부분에선 저는 항상 기초가 부족하다는걸 알고있었고 , 실력을 채워야 할 부분도 알고 있었습니다.

중학교때 상장 점수도 수학 교과우수상과 교내수학경시로 채웠던 저라 수학에 자신감이 있었을 뿐 만 아니라

저는 다른과목에 비해 수학에선 뛰어난 학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와서 이과를 선택했구요.

그러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긴 커녕 문제를 많이 풀면 익혀질 꺼라고 생각하며 문제만 풀었습니다.

이런 습관이 ,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면서 넘기고 넘기다보니 다른 과목까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열등감을 매우 잘 느끼는 학생이었고 , 남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들이 저를 고3 내내 붙잡아 주었고 , 어쩌면 이런 생각들이 저를 망쳐 놨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과정도 인정 받을수 있다는걸 알기에

현실적인 제 실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저는 남에게 보여주려는 공부만 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집중해서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이보단 몇시간 공부했냐가 더 중요했고

제대로 아는 한 문제보단 얼마나 많이 풀었는가를 보여주는 푼 문제집의 권수 였습니다.

숙제를 내주면 다해야만 남들보다 더 앞서 나갈수 있고 , 

더 진도를 빨리 빼서 더 많이 볼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숙제를 하면서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고 답지에 손을 댄 적도 종종 있습니다.

제 입장에선 숙제를 완벽히 다 해야 마음이 놓였거든요..

선생님께서 알려주실 때 제대로 이해 못했는데도 저는 이해 됬다고 한적이 수십번도 더 있습니다.

항상 주위 시선 의식하며 공부를 했었고 , 부모님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입시철이 오자 , 저는 더욱 열등감에 휩싸이고 제 진짜 성적을 감추고 싶고

친구들이 물어봤을 땐 한등급을 더 높여서 얘기 하거나 , 잘나왔다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시로 숙대 이과대학쪽에 붙었지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제 목표는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였습니다. (인정받는건 고대>숙대 였으니깐요)

처음엔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정한 목표지만, 이미 한번 정한 목표라 꼭 이루고 싶었습니다.

여긴 다 못 적지만 저의 심한 열등감, 저의 집안 때문에 잘해야 되겠다는 부담감, 명문대를 못가면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실망감, 대학 말고 유학의 길도 있으니 부족한 간절함 등등 여긴 다 못적지만

 

저는 이런 마음가짐의 상태로 고3생활을 보냈습니다.

 

수능이 끝난 지금 , 재수를 준비중인 지금.

 

수능을 마친 후 두달동안은 2015수능계획보단 제 자신 점검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저를 잘 아는 저이기에 제 자신에게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제 약점, 

쓸데없는 제 사고방식들을 파헤쳤습니다.

저는 공부 코스프레를 한 것 이었습니다.


3년 내내 진정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닌 남에게 보여지는 공부를 한 것 이었습니다..

일단 무엇보다 간절함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5 수능이 끝난 몇 개월 후에 다시 이글을 보았을 때 전혀 부끄럽지않게 느끼고 싶고 ,

이 시각 저 혼자 끄적이는 반성들이 다 고쳐져서 좋은 성적으로 고대에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본.결론없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재수생들 파이팅 합시다!

 

(내신성적 이과 2.1 ; 6평 13234 ; 9평12121 ; 수능 대략2or3 (abb화1생2))


저처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 없으시겠지만 혹여나 있으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바꾸시길 간절히 부탁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