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PPL 칼럼 34호] 인생은 실전이다 - 3교시 영어 실전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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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떨린다는 당신.
수능이 처음은 아니지만, ‘특별히 시험 전략 같은 거 없어도 되겠지’ 하는 당신.
모의고사는 잘 보는 것 같은데, 실전만 들어가면 실력 발휘를 못하는 ‘모의고사 패왕’인 당신.
아무튼 제목에 혹해 들어온 당신.
들어가기 전에.
필자는 수능을 거하게 실패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평상시 모의고사를 보던 등급대에 비해, 한참 낮은 점수가 적힌 가채점표를 보고 넋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 N번째 수능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기분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제일 충격을 받았던 건 영어였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흔들릴 수 있었다 치더라도, 영어가 흔들렸던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모의고사 때에는 흔들릴 것이란 생각이 단 1도 들지 않았던 과목이 실전에서 흔들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수도 없이 머릿속으로 당시 상황을 복기하며 곰곰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대체 왜 실패했을까, 왜 모의고사 때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다시는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 칼럼을 바칩니다.
첫째, 밥은 ‘편하게’ 먹을 것.
여기서 ‘편하게’란, 기름기가 없는 샐러드만 먹어라, 죽만 먹어라, 이런 뜻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먹어도 탈이 없는 그 음식들. 여러분들 머릿속에 밥 하면 떠오르는 그 흔한 음식들. 그거를 말하는 겁니다.
갑자기 무슨 이상한 소리인가 하시겠지만, 수능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별의별 전략들이 다 등장합니다. 시험을 보기 전에 우황청심환을 먹으면 좋다더라, 뇌가 완전히 깨어나기 위해서 5시 반 정도에는 일어나야 한다더라 등. ‘그런 것에 휘둘릴 사람이 누가 있겠냐’ 하다가도, 어느 새 약국에 가서 청심환을 시험해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수많은 전략들 중에 하나가, 영어 듣기 때 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기름이 든 음식을 최대한 피하고 가벼운 음식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튀김과 같이 기름 범벅이라 소화에 부담이 가는 음식들은 당연히 피하는 게 좋겠지만, 속을 편하게 만들겠다고 괜히 평상시에 먹지도 않는 음식들을 시도하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만약 정 그런 음식을 먹어야 마음이 편하다면, 수능이 아닌 모의고사 때 먹어보고 괜찮았다면 시도하세요. 되도록이면 수능 당일에 여러분들의 성적에 영향을 줄 변수를 차단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먹어도 문제되지 않는, 익숙하고 편한 음식을 먹으세요.
둘째, 자신만의 문제 풀이 루틴을 반드시 만들어갈 것.
수능 영어는 3교시입니다. 문제를 풀 기력이 남아있는 1교시나 2교시에 비해, 여러분들의 문제 풀이 능력은 평상시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을 겁니다. 그나마 밥을 먹어서 생존할 수 있는 기력을 갖춘 상황이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여러분 몸에 익은 전략, 즉 루틴을 만들지 않고 시험을 대하는 건 ‘나는 기꺼이 체력 부족으로 시험을 망치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잘 맞는 문제 풀이 루틴을 만들어 두고, 모의고사를 풀 때 이것들을 실천하며 몸에 점점 익혀가도록 해보세요. 최소한 ‘몇 분 안에 어디까지 풀겠다’는 것을 전략으로서 세워 두세요.
필자의 경우 이러한 루틴이 있었습니다.
영어 총 시험 시간 | 70분 |
1~17 (듣기) +25~28(도표, 실용문, 내용일치) (+시간되면 18,19) | 약 20분 |
18~24, 29, 30 | 15분 내 (보통 10분 안팎) |
41~45 | 10분 내 (보통 7분 안팎) |
31~40 + 5분 남기고 마킹 및 가채점표 | 남은 모든 시간 (약 30분) |
해당 시간 내에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독해를 조금 더 서두르고, 여유가 남는다면 문제를 조금 더 꼼꼼히 읽는 방식이었습니다. 정말 간단한 원칙이었지만, 여러분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물론 해당 루틴은 저만의 루틴이지, 여러분들의 루틴이 아닙니다. 여러 번 실험해보고, 여러분들에게 맞는 본인만의 전략을 만들어보세요.
더 자세한 문제풀이 패턴에 대해 알고 싶다면?
- [TeamPPL 칼럼 15호] 수능 영어, 시간이 부족한 너를 위해 https://orbi.kr/00054520107
셋째, 무슨 일이 일어나도, 혼자서 우직하게 멘탈 꽉 잡을 것.
1교시 국어가 끝나고 난 후, 모든 기운을 쏟아 피곤해진 당신의 옆을 한 무리의 학생들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야, 20번에 3번 아니었냐?’ 20번에 3번? 난 분명히 4번이었던 것 같은데? 에이, 아니겠지. 난 짝수형 문제지였고 저 사람들은 홀수형 문제지였겠지.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는 당신은 1교시 국어 쉬는 시간에도, 2교시 수학을 푸는 시간에도, 점심 시간에도 국어 20번에 3번이었나 4번이었나를 고민합니다.
에이, 내 얘기는 아니라고요? 모의고사만 보던 때까지는 크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 문제 한 문제에 나의 대학이 결정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험에서도, 여러분들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수능은 멘탈 싸움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이는 시험 후반으로 갈수록 심해집니다. 중요성이 다소 낮은 한국사는 차치하더라도, 영어와 탐구 과목에서 약한 멘탈은 당신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적이 될 겁니다.
시험장에서는 여러분들이 다 맞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순간을 대하세요. 지나가던 저 수험생들이 정답이 뭐라고 지껄이건 내가 맞고 너가 틀린 겁니다. 모의고사 볼 때에나 하는, 시험 끝나고 같은 고사장 친구들과 정답을 비교하는 어리석은 짓은 나를 위해서도, 친구를 위해서도 하지 마세요.
멘탈, 꽉 잡으세요.
넷째, 어차피 절대평가다.
앞에서 얘기했듯, 수능은 ‘한 문제 한 문제에 나의 대학이 결정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험입니다. 틀려버린 2점 문제 하나에 표준 점수와 백분위도 같이 떨어지며, 여러분은 수천 명의 다른 수험생들의 뒤로 처질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수능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만 빼고요.
고등학생들에게 수능/모의고사 영어 과외를 할 때 - 다른 선생님들은 동의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 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버릴 건 버리고, 맞출 수 있는 걸 확실히 맞춰.’ 불안정한 문제를 맞히겠다고 다른 문제들을 틀리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 확실히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맞히고 틀릴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내주는 게 더 낫기 때문이죠. 영어는 원점수 1점을 올리는 것이 목표인 과목이 아니라, 등급 하나를 올리는 것이 목표인 과목입니다. 물론 원점수가 등급을 만드는 것이지만, 45문제 중에서 이론상 2점짜리 문제 5개를 내주어도 여러분은 만점자와 같은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영어에서는 결국 90점도 100점도 같은 1등급이라는 걸 항상 마음에 새기세요. 여러분들의 눈앞에 놓인, 2번일지 4번일지 고민되는 3점짜리 빈칸 문제는 원점수를 97점에서 94점으로 만들 것입니다. 네,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설령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시험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 문제 하나 때문에 내 등급이 내려갈 것이다’라는 생각은 다음 교시 탐구 과목에 악영향만 줄 뿐입니다.
조금 헷갈리는 문제를 마주쳐도, ‘이거 하나 틀려도 등급 안 변해’라고 생각하세요.
(물론 몇 문제만요. 45문제 다 그렇게 생각하시진 않으시겠죠?)
마치며.
저주할 의도는 없지만, 여러분들은 수능 때 인생 최악의 컨디션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험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자리가 히터를 직접 맞는 자리일 수도 있고, 내 대각선에 앉은 사람이 쉴 새 없이 다리를 떨고 소음을 내는 사람일 수도 있고, 창가 쪽에서 감독관이 복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소리가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은 이 모든 변수를 뚫고 시험을 봐서 스스로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수능 성적표는 여러분들의 시험 당일 컨디션이 어땠는지, 시험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거든요.
지금까지 여러분들께 알려드린 하찮은 팁들은, 그 변수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것들입니다.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조절한다면, 여러분의 증명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증명해낸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파이팅!
칼럼 제작 |Team PPL 영어팀
제작 일자 |2022.05.01
Team PPL Insatagram |@ppl_premium
*문의 : 오르비 혹은 인스타그램 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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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질문하는 사람도 존나 꼽주긴 해가지고 답변 띠껍게 하는 거 알겠는데 걍 그 상황이 개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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