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논술팀] 첨삭은 필요 없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test.orbi.kr/0006012947
안녕하세요, 조선생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와서...) 논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문-이과를 막론하고, 주요 대학 수시에서 논술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당연히 많은 수험생들이 논술을 준비하고 계실 겁니다.
학원을 다니시는 분도 있을 거고, 인강을 들으시는 분도 있겠죠.
물론 독학으로 준비하시는 분도 계실 거고요.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많은 수험생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첨삭”입니다.
독학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답안을 고쳐 써 보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실 테고
인강을 들으시는 분은 게시판을 통해 조교가 제공하는 첨삭에 불만을 가지신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학원에 다니시는 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강사가, 또는 첨삭조교가 해 주는 첨삭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이 ‘첨삭’은 왜 받아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논술’이라는 시험의 목적과 성격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시험이 있습니다.
축적된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과,
숙련된 기술과 능숙함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된 지식을 알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자격증 시험 등은 전자에 속할 것이고,
각종 어학시험이나 LEET, PSAT 등의 적성시험 등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논술시험도 후자에 속합니다.
논술고사의 문제는 우리에게 지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잘 읽고, 잘 생각하고, 잘 표현함으로써
설득력 있는 논증을 만들어내는 능숙함을 테스트하고 싶어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이 시험에서 우리가 좋은 점수를 못 받는 이유는 3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1. 잘 읽지 못한 경우 (수리논술의 경우 - 제한조건을 잘못 파악하는 등의 ‘이해’의 부분)
2. 잘 읽었지만, 잘 생각하지 못한 경우
3. 잘 읽고 생각하는 데까지 성공하였으나, 내가 말하고자 한 내용을 표현해 내지 못한 경우
3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순서를 따져 보자면 위와 같을 것입니다.
제목과는 달리, 사실 저는 첨삭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첨삭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과제로 내준 문제를 안 풀어오는 학생들을 상당히 괴롭히는 편입니다.
지난해 수강생인 모 학생은, 제가 수업 때마다 “첨삭 받고 가라.” 라고 해서
저를 엄청 싫어했다고 대놓고 (...)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 중 대부분이 받고 있는 ‘첨삭’은
사실, 필요 없습니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정말 자세하고도 친절한” 첨삭은 대강 이렇게 구성될 겁니다.
답안의 틀린 부분에 알록달록하게 밑줄을 칩니다.
그리고 왜 틀렸는지 깨알같이 써 줍니다.
마치 해설지를 복사해서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해설강의나 자료와 유사하게 쓴 부분에는 “참 잘했어요” 류의 칭찬도 써 줍니다.
이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긴 합니다 ^^;
마지막으로는, 첨삭조교가 나름의 “채점”을 해 줍니다.
표현력 몇 점, 논제분석 몇 점, 창의력(?) 몇 점 등등...
사실, 이 정도 첨삭을 제공해주는 학원이라면 굉장히 성의 있게 가르치는 학원이긴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으니, 그건 바로 ‘첨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입니다.
각 대학에서 이미 출제의도와 예시답안 등을 발표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많은 논술 관련 책과 카페의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내 답안의 어디가 틀렸는지, 모범적인(?) 답은 무엇인지를 아는 건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그럼 문제는 뭐냐.
왜 틀렸는지에 대한 피드백 없이,
대부분의 첨삭과정이 틀린 부분을 고쳐주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혼자 공부해도 ‘해당 문제의 답’을 아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여러 답안을 읽어보는 학생이라면
학원 수업을 듣는 것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논술시험은 축적된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기에
이런 식의 접근은 충분한 해법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떤 내용의 제시문이, 어떤 형태의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해도
풀어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는 겁니다.
“왜 이렇게 생각했나요?” 라고 묻지 않는 첨삭시간은 여러분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첨삭이 제대로 된 첨삭인지,
그리고 왜 제대로 된 첨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드리기 위해,
여러 이야기를 통해 멀리 돌아 왔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어떤 부분을 왜 잘못 읽게 되었는지
잘 읽고서도 어떤 흐름에서 사고과정이 엉키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다 알면서도 왜 ‘내가 생각한 것’과 ‘내가 쓴 것’ 사이에 차이가 생겼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는 첨삭시간을 가지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혼자 논술을 공부하시든, 온라인으로 첨삭을 받고 계시든 원칙은 똑같습니다.
앞서 살펴본 3가지 이유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 보세요.
오늘 푼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아는 것보다,
다소 뜬구름 잡는 것 같아 보이는 저 고민들이
시험장에서 여러분의 펜 끝에 훨씬 더 많은 힘을 실어 주게 될 것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너 잘할거다 게이야 열심히 해라 게이야 못할게 뭐있노 게이야 내년엔 행복할거니까...
-
야한 건 줄 ㅋㅋ
-
1-2 진동하는데 미적을 ㅈㄴ 못함요.. 3점짜리만 다 풀고 4점은 잘 못 풀어요...
-
배그 5
수능끝나고 같이 할사람 있나
-
06 주목 0
성인까지 100일 남았음 합법적으로 술담할 시간까지 100일임
-
일단 일찍 일어나서 헬스가서 공부해야지.
-
금테 달아놓고 분캠인 거 숨기고 뭐하는 거임?? ㅋㅋㅋㅋㅋ 5
야식메뉴 추천 좀 1. 치킨 2. 보족 3. 떡볶이 4. 햄버거
-
. 1
그냥 아무 말 안하고 믿어주면 좋겠다 나중에는 다 잘될텐데 님들 모두요..
-
오늘 공부 너무 안돼서 쉬었는데 현타가 와서 반성하게 되었는데 저랑 같이 긍정마인드...
-
대학생들도
-
이성 외모 볼때 8
뭐 먼저 보심? 눈? 코? 두상? 얼굴 크기?
-
힐끔 6
-
ㅈㄱㄴ
-
내일 끝내보자 2
요정도 깔끔하게 어떤디
-
6모 4등급(64점)(듣기 -7점) 9모 3등급(73점)(듣기 -2점, 26,...
-
닝카지윈 0
닝닝은 신이다
-
아수라일지라도 1
님들 아수라일지라도 모의고사 받음? 교재패스에 모의고사 신청이 안뜨는데 총정리과제...
-
손발이 너무 짜릿짜릿해서 쿠션에 어퍼컷 3대 정도 날리고 싶네
-
남들 다입을때 안입기 ㅅㅌㅊ ㅋㅋㅋ ㄹㅇ 어딜가든 스투시 스투시
-
개인적생각으로 1,2타알려주셈
-
이상한사람이 답변이 많이 하기도하겠네 못할땐 도움많이 받았는데 수학 백분위...
-
최근에도 활동하신 분들은 제외 1. 뚜둔뚜 극초창기 팔로워 ㅇㅈ 도용인가...좋지...
-
걍 부모님 말씀 드럽게 안 듣게 생김 ㅋㅋ
-
1교시가기싫어요 3
으으
-
수2가 좀 취약한데.. n제 추천 좀 해주세요
-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선선한 날씨도 좋긴한데 난 엄청 추운 겨울에 따뜻한 음식...
-
... 6
-
향수냄새 ㅈㄴ좋음 튼으킁ㅇ킁킁킅ㅇ
-
지피티 한물갔네 1
에휴
-
흥분 0
어느정도 경지까지 가거나 실력에 확신이 생길만큼 열심히하면 수능이 기대되고 흥분되는게 정상인가요?
-
ㅈㄱㄴ
-
생윤사문 만년 2등급인데.. 실모/문제집 추천해주실분 1
임정환의 올림픽 + 수특/수완은 전부 풀고 그 외에 문제집은 단 한번도 푼적이...
-
그게 나야 바 둠바 두비두밥~ ^^
-
아마?
-
9모 성적은 이러하고 약대 목표입니다 국어 원래 좀 못해서 1지문 빼고 다푸는...
-
춥다 추워 내일은 후드티 입어야지
-
우기생일이에요 7
다들 축하하세요
-
머리 아프다 2
자기 전에 실모 좀 풀었더니 머리가 지끈지끈
-
취약 부분만 골라서 들어볼까요..? 온라인 학습 상담받았는데 시험지 보시고 이것저것...
-
학생들이 각종 교육 정책의 실험 대상과 정쟁의 피해자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라도
-
국어 야뎁으로풀면 10
집중력차이 다들 느껴짐? 독서풀때 느낌 어떰
-
초반에 공부할땐 확통 ㅈㄴ쉽다는게 뭔말인지 모르겠고 너무 개같은 과목인것 같았는데...
-
고3때 메가 안살거라 스피드러너+빡모+배성민모+해모 이정도로만 풀려는데 부족할까요
-
아니 진짜 5개나 쳐틀림 10회 12회 14회 다 내가푼서바중에 손에꼽게 어려운것같은데 이거맞나
-
왜 오늘 안 들어왔지
-
미적분 n제 0
문해전 시즌1 4규시즌1만 풀어도 미적에서 1개만 틀리기 가능하다고생각하시나여...
-
원래 기도 같은건 잘안하는 사람인데 간절해지면 하게되더라
-
가을냄새.. 하압 흐읍 킁킁킁킁
-
추천점
사실 논술 현장에서는 논술이란게 무의미합니다. 읽을가치가 없는, 즉 문장 앞뒤나 주술관계가 엉망이거나. 블로그에 쓸법한 '글'로 볼수 조차없는 글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글이아니고 엉망입니다. 읽을 가치가 없지요. 우선 이런 기본기를 닦는데 있어 첨삭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네, 맞는 말씀입니다. 저는, 기본적인 문장 쓰는 법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는 가정 아래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때 필요한 첨삭과정에 대해 강조하려다 보니 그 부분은 빼고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
수학으로 따지면 기본사칙연산이나 공식조차 외우지 않은 아이들이죠. 글은 블로그수준이면서 상담하면서 논술대박이니ㅜ어쩌니 하면 참...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5~6년 전)에 비해서는 학생들의 글 실력이 오히려 꽤 좋아진 것으로 보이던데요.. 아닌가요? ㅎㅎ
트위터가 인생의 낭비라고는 하지만...^^ 짧은 글이라도 적는 것이 은근히 도움이 되기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요.
이 댓글에 공감이 가는게... 논술은 아니지만 후배들 취업 자소서 첨삭 해 주다보면 대학을 4년이나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글쓰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후배가 너무나 많습니다...
스토리텔링이고 뭐고 간에 주술 구조부터 시작해서 구어와 문어적인 표현의 차이라든가 아주아주 기본적인 논리구조나 표현이라든가...
정말 전공지식도 지식이지만 글 잘 쓰고 하고 싶은 말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만 갖춰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교양인으로서 큰 능력이라고 봅니다. 대학생이라고 저절로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니 나중에 이 글 보시는 분들 대학가서 어학 시험이나 자격증 말고 저런 능력 길러두시면 크게 시간 아낍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Larki님은 대학생이 글쓰는 능력을 기르려면 어떤공부를 어떤방식으로 하는게 좋을것 같나요?
공부의 방향을 설정하고 싶네요..
제가 먼저 한 말씀 드려보자면, 글 쓰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 필요한 요소는 3가지입니다.
다독, 다작, 다상이 그것입니다.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고, 내 생각을 자주 글로 적어 보며,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보셔야 합니다.
다독에서 출발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책부터 많이 읽어야겠군요.
정말 공감합니다.
독학을 수리논술 하고 있는 고3인데
각 대학교 문제 풀어보고 해설하고 비교하는식으로 하고 있는데
문제되나요?
제 글은 수리논술 보다는 인문논술 쪽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습니다.
수리논술의 경우, 정답과 비교해 보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틀린 부분이 발견되었을 경우 "왜 잘못 생각하게 되었는지" 꼭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혀야 한다는 건 똑같습니다.
주어진 조건을 잘못 읽었는지, 미지수를 잘못 설정하지는 않았는지, 논증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빼먹은 수식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체크해 보시고, 다음 문제를 풀 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