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534033] · MS 2014 · 쪽지

2015-08-29 19: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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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비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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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는 것이 
이토록 그리운 것일 줄은


구름이 눈을 가리고 붉은 해가 눈을 감고
스무시의 바람이 저 혼자 달콤히도 낭만해질 때
서너 겹 엄숙히도 묶여 있는 잿빛 커튼을 툭 열어젖히고
낡은 옷장 속 깊숙히도 처박혀 있던 가을 자켓을 꺼내 입고서

애처로이 일어난 나는 저벅저벅 걸어 집을 떠나 대학가 거리로 나서요
매주 토요일 일요일 이틀 저녁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대가 술을 마시는 날이니까
두병이나 혹은 걸핏하였으면 두병 반-

소주는 쓰고 몸에도 좋지 않은데
사랑은 달고 나는 그대를 격하게 아낄텐데
하루쯤은 술 대신 비틀비틀 사랑에 취해도 좋을 게요
술 취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도대체 무슨 글인지
보세요 이렇게 좋지 않은데 그대는 왜 자꾸만 취하려는 것인지

구름이 손을 치우고 붉은 해가 눈을 뜨면
나는 오늘밤의 이 글에 멍하니도 고개를 주억거릴게요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하고는 수 차례 이불을 걷어차고는 할 양인데
술 취한 이성의 글이 이 정도로 혼란하오, 다만 취하지 않은 것은 감정이오


그대가
없다는 것이
이토록 그리운 것일 줄은

미처 나는 도무지도 몰랐어요, 사랑하던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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