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4-06-21 18: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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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가려는 학생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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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의대에 한정하긴 했지만, 사실 최대한 많은 고등학생, 재수생 이상의, 대학 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대학생도 본다면야 더 좋고요.




 다름아니라 오늘 동국대 의대, 기초의학교실의 남 모 교수님과 귀한 면담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동국대에는 생명과학, 의학 관련 캠퍼스가 2곳에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잘 알려진 경주 캠퍼스에, 하나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일산 캠퍼스에 바이오메디캠퍼스라고 있습니다.




 오늘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특히 많은 의대생들이 겪는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여 글을 적게 됩니다. 의대 증원 이야기도 나왔고, 그 덕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만 죽어나간다고 하시더군요. 







대학만 간다면 모든 인생 고민이 해결된다는 부모님들의 말, 진짜일까? 그럼 대학을 나오신 여러분 부모님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득도해서 도사처럼 항상 행복하게 사시던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fI2ROwFjqXo







 한국은 일종의 '한방주의'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조건 로또 1등 당첨되면 이후로 쭉~ 행복해질거야. 난 의대를 가면 이후에는 아무 탈 없이, 평생 걱정 없이 놀고 먹을 수 있을꺼야. 이런 상상이요. 제가 신경과학, 뇌과학을 공부하니까 잘 압니다. 뭔가 기분 좋은 일 있을 때, 그거 한 2주 가면 진짜로 오랫동안 간 것입니다.




 우리는 서울대 입학, 의대 입학, 수능 만점 같은 극단적인 성공이 극단적인 보상감을 주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러면 서울대에서도 왜 자살자가 나올까요? 의대를 갔다고 평생 행복감이 간다면, 왜 의대생이 우울증 걸려서 휴학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까요?




 오늘 의대 교수님께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의대에 와서 방황하는 학생들 많답니다. 여태까지는 항상 전교 1등 해오고 성적이 잘 나왔고, 부모님의 압박 속에서도 훌륭한 결과를 냈기에 의대까지 올 수 있었겠죠. 그런데? 막상 의대에 와보니 적성이 안 맞고 흥미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흥미와 적성이 안맞는다는 것은 곧 성적 하락을 의미하고, 평생 수시와 정시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높은 확률로) 실패없이 자랐을 학생들에게 엄청난 시련입니다. 그러니까 우울증 오고 극단적으로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방황했던 이야기를 종종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자살충동 느껴봐서 잘 압니다. 정말 그때 심정이 뭐냐면, 철로에 서있는데 정면으로 기차가 달려오는 느낌입니다. 버티느냐, 뛰어내리느냐만 생각이 듭니다. 내가 뭐 좋은 대학을 나왔네 의대를 나왔네 여태 수상한 경력이 많네 물질적으로 풍족하네 그딴거 하나도 생각이 안납니다. 신기하죠.













 의대를 가지 말라고 충동질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평소에 그랬죠. 어차피 한국식 입시 평생 살면서 한번 겪는 거, 최선을 다해서 해보고 좋은 결과가 있으면 최대한 누리라고. 저는 한국 입시를 혐오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입시에서 엄청난 노력을 다해서 성공을 한 이들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저도 못한 일들을 한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환상이 있어서, 수능 만점자들을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자주 말하곤 했습니다.




 다만 대체로 뛰어난, 타고난 재능 덕분에 한국 입시라는 하나의 제도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스스로 선택하는 역량이 점점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의대를 가고 나서도 높은 확률로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을 해야합니다. 교수를 할 것인가, 학계로 뛰어들 것인가, 개원의가 될 것인가, 페이닥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학문을 병행해서 그쪽으로 갈 것인가 등등.




 의대를 지망하다가 못 가더라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해 수험생이 30만 명 정도 되는데, 의대 증원해봐야 5천명이 살짝 안됩니다. 29만 5천명 정도의 수험생이 매년 한강 대교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난 이것(예컨데 의대)이 아니면 안돼! 난 이걸 못하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고 무쓸모해!' 라는 사고방식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사고방식입니다.




 


미국은 '정신과 응급실'이 따로 있다더군요. 자살 충동은 짧게 지속되지만 그 충동이 굉장히 강렬해서, 특히 술 같은 향정신성 식품이나 약물을 섭취한 이후에는 자살완수율이 엄청나게 높아지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법입니다. 역시 미국은 선진국답게 우리나라 자살 예방 예산의 10배는 넘게 운용하며, 이런 훌륭한 제도도 시행하고 있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1s7RWddq0m8







 30만명의 수험생이 모두 '나 의대 아니면 못살아. 내 인생 실패했고 끝장난거야!' 라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앞서 말했듯이 매년 29만 5천명이 한강 대교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여러분 인생을 돌아보세요. 한 20년 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인생이지만, 여러분이 상상대로 뜻하던 대로 일이 굴러갔던 적이 얼마나 있습니까?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 있었죠. 사실 유교 경전의 최고라고 볼 수 있는 '주역'에서는 그 반대로 가르칩니다. 내가 무엇 하나에 엄청나게 집착하면, 오히려 온 우주가 나서서 실패하게 만든다, 귀신도 달라붙어서 온갖 것으로 방해한다고요.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경험적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확률적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합니다. 한 명을 뽑는데 300명이 몰렸다, 근데 그 300명은 여러분과 비슷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사실상 300명이 한 명 뽑는 제비뽑기를 하는 것과 비슷해집니다. 1/300 어떠신가요?




 한번 바로 테스트해보죠. 한번 1부터 300까지 숫자 중에서 아무 숫자나 생각해보세요. 제가 과연 여러분의 생각을 맞출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전 298을 생각했습니다. 일치하던가요?











 저라고 해서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인간인 만큼 가고싶은 명문대학교가 있으며, 꿈이 있습니다. 또 생각해보면 여러분이나 저나 나이 차이도 크게 나지 않아요. 때문에 저도 여러 고민을 하고, 많은 교수님들의 조언을 종합해보았습니다.




 저도 당장 4월달에 큰 고민을 했었습니다. 뇌과학을 공부하려는 저를 보고, 서울대 교수님이 말씀하셨죠.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분야를 어렵고 힘들게 하려고 하느냐. 니가 글을 쓴 것을 보니까 잘 쓰는데, 아예 그쪽 길로 가라. 과학 저널리스트의 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라고 하셨습니다. 뇌과학 대학원이냐, 아니면 과학 저널리스트의 길이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결국 대학원을 선택하긴 했습니다.




 심리학에서 QLC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Quarter Life Crisis라는 말인데, 쉽게 말하자면 인생의 1/4 지점에 서면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입니다. 지금 노인 분들이 대충 80세까지 사시니까 여러분이나 저나 20대이니까 여기에 해당되네요. 대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스스로 독립하고 혼자 사는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현명하게 선택을 하고, 진로를 개척해가야 하는가. 여러 예시를 통해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물론 각자 다른 교수님의 말씀들이지만 일맥상통합니다.













 저를 오랫동안 봐오신 교육학과 교수님은, 개인의 '흥미와 만족감'에 큰 초점을 맞추시더군요. 정말 극단적으로 이 세상이 여러분을 '억까'했다고 생각해봅시다. 예컨데 지금 반도체가 유망해서, 여러분이 관련 기업에 취직하려고 반도체 관련 학과를 갔는데, 전쟁이 나버렸습니다.




 그래서 삼성이나 TSMC는 나발이고 싹다 미사일 맞고, 우리가 석기시대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날벼락이죠. 이 예시가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최근에 뜨는 컴퓨터공학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4:1로 박살내면서 유망해졌습니다. 당장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만 펼쳐봐도, 한국도 10년을 주기로 유망한 분야가 새롭게 뜨고 지고를 반복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알파고의 승리를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설령 알파고의 승리를 예측한 사람이더라도, 4:1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꺼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https://chimhaha.net/humor_try/110373?likes=zilioner&page=284







 만약 반도체라는 '원툴' 하나만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준비하던 여러분은 크게 절망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반도체 자체가 관심이 있고 개인에게 만족감을 주고 흥미를 충족시켜주지 않는, 그러니까 취업하려고 억지로 하던 사람들은 그 피해가 더더욱 클 것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큰 흥미가 있었으며, 반도체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를 공부하던 사람에게는 그다지 치명적인 결과가 아닙니다. 이 사람들은 반도체가 유행을 하던 성공을 하던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이들은 반도체 산업이 비록 종말했다 하더라도, 계속 꾸준히 공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원래부터 반도체 자체가 좋았고 재미있었거든.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 재밌거든. 우리 부모님들이 여러분에게 게임 그만 하라고 닥달하지만 우리 다 같이 계속 게임 하잖아요.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래서 교육학적 접근으로는,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개인의 호기심과 만족감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그래야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고, 그 원동력으로 오래 하다보면 어쩌면 빛을 볼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더군요. 아까 주역에서 집착하면 반드시 망한다고 했죠. 거꾸로 집착을 버리고 그저 순수하게 재미를 파다보니, 우연히 높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의대 교수님께 해주시니 정말 크게 공감을 하시더군요. 딱 우울증 걸리고 방황하는 의대생들이 떠오른답니다. 부모님이 시켜서, 사회에서 유망해서 일단 와보긴 했는데, 막상 흥미가 안생기고 관심도 없으니까 어려운 와중에도 계속 할 원동력이 안생기는거죠. 참고로 의대 공부량은 옆동네 공대의 입장에서 보아도 살인적이라고 평가를 받을 만큼 많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후회없는 선택, 그리고 안전한 선택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후회없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내가 스스로 진정 어떤 삶을 원하고, 무엇에서 재미와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성찰이 필요하죠. 물론 고등학생 이하의 학생들에게 이런 것을 강요까지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 또한 고등학생을 지난지 한참 되었음에도 계속 성찰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선택이란 무엇인가, 바로 플랜 D를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이건 물리학과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것인데, 아마 플랜D의 D가 Death의 D를 의미하는 듯 합니다.




 극단적으로, 여러분이 지원한 모든 회사에서 탈락하고, 모든 대학원에서 거절당하고, 모든 대학에서 불합격을 받았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때에 마지막의 마지막, 최후에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 먹고는 살 수 있는 재주나 기술을 준비해두라는 것입니다.




 진짜 죽기 직전에 이르렀을 때도 나를 구제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물리학과 교수님이 그러시더군요. 




 저의 경우에는, 글쓰기였습니다. 저는 제 생각을 표현하고 남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재밌고 좋아서, 책도 많이 읽었고 이과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글쓰기 대회에도 나갔었고 시문학 동아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저를 지도해주셨던 선생님 중 한 분, 이종암 선생님

https://www.dk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9215







 이 이야기를 하니, 제가 잠깐 근무했던 직장의 동료 선배분께서 당장 수학적으로 이걸 설명해주시더군요.




 우리가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하죠.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 소리를 받을 정도가 되려면 1만 시간 정도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에 8시간을 자죠. 8시간을 공부나 일에 쏟아붓습니다. 그럼 8시간이 남습니다. 이 8시간 중, 딱 2시간만 투자를 해보는 것입니다. 저처럼 글쓰기가 될 수도 있고, 뭔가 수학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어학 공부가 될 수도 있겠죠. 여러분의 상상력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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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하루에 2시간씩 투자를 하다보면, 5년이 지나면 365 x 5 x 2를 하면 대략 4천 시간이 됩니다. 엥? 1만 시간에는 택도 없잖아요!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부터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뭔가에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는데(남자라면 군대까지 더해서 대학 졸업이 될 수도 있겠고, 의대라면 예과 의과 합해서 5년정도 되면 실습을 나갈 시간이죠. 박사라면 평균 5년 정도 학위를 따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실패를 하거나 재미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때 여러분은 이미 4천시간을 벌어놨잖아요? 그럼 이제 여러분이 2시간씩 투자하던 일을, 하루에 8시간씩 투자를 새로이 시작하는 것입니다. 2년을 보내봅시다.




 365 x 8 x 2를 하면 6천시간 정도 됩니다. 그럼 합쳐서 총 1만 시간 정도가 됩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은 무엇인가에 5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고, 거기서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새로운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1만 시간을 성취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플랜 D라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한테 잠을 줄이라고 했나요? 아니면 하던 일을 포기하라고 했나요? 그저 전 여러분이 틱톡이나 인스타 릴스나 쇼츠, SNS에 들어가는 시간 중에서 조금을 떼어내서 딱 2시간씩만 투자를 하라고 가볍게 권유했습니다. 




 







 이건 제 사족인데, 그럼 둘 다 실패할 확률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가볍고 간단하게 대충 50% 확률이라고 해봅시다. 무슨 일이든지 전문가 수준으로 가서 성공하는 데에.




 여러분이 딱 한 가지 일만 했었다면 50%확률로 실패해서,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하루 2시간 씩만 투자를 해왔고, 이후 2년의 시간을 더 투자해서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도 노려봅니다. 이것마저 실패할 확률은, 서로 독립 확률이니까 0.5 x 0.5 = 0.25가 됩니다. 그러니까 좀 극단적으로 2가지 일에서 모두 실패할 확률은 25%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2가지 중 하나라도 성공할 확률은 75%라는 겁니다.




 저도 이제 오르비에서 활동한 지 5년차가 되어갑니다. 물론 글쓰기라는 것은 그 이전부터 계속 해왔습니다. 여러분에게 뭔가를 가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칼럼을 집필한 지 5년차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이런 평가를 자주 듣습니다. 확실히 과거보다 글 쓰는게 매우 많이 늘었다. 예전보다 훨씬 매끄럽게 잘 읽힌다 등등. 물론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현재 미국 유학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미국 대학교의 실험실이 아니면 안돼!!! 라는 집착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약 일주일 전의 대학교 기말고사에서도 엄청난 공포와 스트레스가 오더군요. 이 시험 망하면 유학도 못가고, 그대로 인생 망하는거 아니야?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를 해드린 교육학과, 의대, 물리학과 교수님들의 이야기에 더불어 지도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제서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뇌과학이 재미있습니다. 어릴땐 과학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인문학이 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더군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 뇌과학이야 말로 궁극의 인문학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서야 비로소 '과정'을 즐기려고 합니다. 내가 뇌과학을 하는 이유는 재미가 있으니까, 이 세상을 알아가는 데 중요한 도구이자 언어니까, 내가 궁금하던 것들이 해결이 되니까 보람이 차고 흥미가 충족됩니다. 이렇게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정도의 재미를 느낀다면, 성공확률도 자연스럽게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성공 못하고, 명문대 뇌과학과 못 가면 어때요. 내가 만족스럽고 재미있었는데. 남들에게 보여줄려고 공부한 거겠습니까?




 동국대가 불교 대학교라서 잘 압니다. 부처님은 인생을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에는 '고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어찌보면 주역에서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은 공평한 것 같습니다. 부자에게든 빈자에게든 똑같이 세상은 '불확실'하거든요.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세계라, 아마 눈치 빠른 사람들이 모든 기회를 독점해버린 세상일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나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튼튼한 자아와 선택을 통해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주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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