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에서 시작 된 나의 재수, 그 시작과 마무리
게시글 주소: https://test.orbi.kr/00069625978
수능 디데이의 앞자리가 1로 바뀌며 마음이 싱숭생숭 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재수 생활에 대한,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때는 2021년 고1 시절로 돌아갑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도 아니었지만 여느 누구와 다름 없이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도 아니었습니다.
철이 덜 든 채로 고등학교 입학을 하게 된 저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과목인 수학 제외 대부분의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냥저냥 아무생각 없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1 첫 시험 수학 전교1등을 하였고, 나머지 과목은 4-5등급을 맞게 됩니다.
저는 이때 재미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고, 그마저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수학이란 과목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학원 숙제를 해가는 정도, 혹은 가끔 해가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석차에 1등이라는 숫자를 보니 흥미가 더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우 게으른 사람이었고 더욱 나태해졌습니다.
‘공부를 이정도만 해도 1등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요. (*참고로 저희학교는 평반고였습니다)
그 이후 고1 때는 전교 1등은 아니지만 수학 한정 10등 안에 전부 들면서 학교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저는 단지 재밌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다른 과목은 역시나 아무생각 없이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2가 되면서 공부량은 더욱 줄었고 게임을 시작하게 되어버립니다.
성적표엔 수학 마저도 2등급을 뜬 것을 보며 ‘공부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보다 이제 내 머리가 재능의 한계구나 하며 단순한 무기력감을 느끼며 현실도피가 시작 됩니다.
매일 같이 학원에 가서 멍을 때리거나 잡생각을 하였고 결국 학원도 그만두게 되며 동시에 펜 대신 마우스를 잡게 됩니다.
게임 세계에 빠져 현실에서 계속 도망치며 정신은 피폐해져가고 밤까지 게임을 하다 자기 전엔 자책, 회의, 불안 등의 감정에 휩싸여 눈물로 밤을 지새며 어느덧 고3이 됩니다.
고3때는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학교를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를 걱정 하시는 부모님께서 “계속 그러고 지낼거야? 나중에는?” 이라고 물으시면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대충 알바 인생 하면서 살면 되지.” 라며 저는 쌀쌀맞은 태도로 방을 들어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의 전환점이 생긴 건
2년 내내 저를 다독여주시고 병원에도 데리고 가주시며 괜찮다며 믿고 응원 해주시던 엄마, 아빠
내 모든 걸 감싸 안아주고 잠시나마 웃게 해준 친구들 덕분에 다시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대망의 재수를 결정하게 된 날은 고3 수시원서를 쓰는 날, 그 날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정말 알바만 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은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 하는 거야 도망치는거야?’ 라는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그 날 저녁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재수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립니다.
충동적이지만 진심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던 수학을 다시 해보고 싶었고, 옛날의 꿈인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졸업 이후 겨울방학 내내 나의 선택에 대해 생각 하고 고민 하며 괴롭기도 했지만, 기대도 되었습니다.
2024년 1월 말, 공부를 위한 패스, 교재 구매창에서 한참을 고민 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서 비롯 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정말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숨기 싫다는 생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며 정말 저의 재수 생활은 시작 되었습니다.
2월말부터 시작 된 공부, 저는 매일 오후 1시에 일어나던 수면패턴을 오전 7시 기상으로 맞추기 시작하며 주5일 도서관에 갑니다.
2년만에 잡는 펜이 어색하지만 설레기도 했습니다.
3월 첫 학력평가를 치러 보고, 전과는 많이 달라진 스스로의 수학 실력에 좌절하고, 속상했지만 포기 할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많이 힘들고 집중력도 부족했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두달 간은 집 오는 길에 울며 집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첫 공식 모의고사인
”6월 모의고사“ 가 다가옵니다.
그렇게 치른 모의고사 성적은 32355를 맞게 됩니다.
작년 수능성적인 75579에 비해선 많이 올랐지만 턱 없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나태함이 다시 돌아오려 해 저는 7월경 급히 독재 학원에 들어옵니다.
못 버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잘 버티며 매일 공부를 해나갔고, 대망의 “9월 모의고사”가 찾아옵니다.
그 날 코로나 증상이 시작 되어 열이 38.5도까지 올랐음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21324라는 성적을 거둡니다.
9모가 엊그제 같지만 어느덧 시간이 지나 D-19가 되었습니다.
한 번씩 합리화를 하고, 도망쳤던 자신을 비난 하지 마세요.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세요.
그리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나아갔다면 됐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통제하고 완벽 할 수는 없습니다. 후회가 없을 순 없겠지만, 거기에 잡아 먹히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1년간 다들 너무 수고 많으셨고 조금만 더 다같이 힘내봐요! 저 스스로에게도 수고 했다고, 노력 많이 했다고 해주고 싶어요 ㅎㅎ
누군가 보기엔 오버 같고 별 거 아닐 수 있겠지만, 저에겐 매우 큰 한 발자국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다들 수능 이후에 합격수기로 웃는 얼굴로 다시 뵐 수 있길 빕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더프 기록 0
언매 확통 동사 사문 97 81 41 47
-
저희조는 마피아 컨셉 했었음
-
11월 이퀄에서 5
국 93 수 93 물2 44 지2 47이면 센츄는 되려나..?
-
수1, 수2, 미적 중 어느 단원에 적용됨? 중학도형은 현우진 노베 생각하시면 될 듯
-
스포는 안하겠습니다 진짜 퀄 좋아요.. 그리고 변별 포인트라던가 하는게...
-
김승모 수능대비 2회랑 10덮 11덮중에 어느순서대로 어렵나요???
-
성적: 학교 라인을 결정해줌 실기: 합불을 결정해줌 입결보다 성적 높고 실기...
-
25살에 한의대 입학 낫베드인가요?
-
자느라 못감 하ㅋㅋㅋ
-
오늘도 사람 한 명 살렸네요.. 저도 의사맞죠?
-
고해성사) 1
오늘 문명6 3시간 플레이 함(승리못함) 반성합니다.
-
김범준t 종강때 0
사진도 찍어달라하면 찍어주실까요..? 이런거 해본적이 없어서..
-
기대하셔도 좋을거같습니다! 현장응시 하고왔고 난이도나 이런건 스포때문에 언급하지...
-
국어 이감같은 연계 실모 한 30회 가까이 풀었고 따로 ebs는 안봤어요. 실모에서...
-
정시 15213 8
수시러인데 이정도면 어디가나요 ㅋㅋ.. 수학은 아예 버렸음...
-
소설 푸실때 2
다들 어떻게 푸시나요 선지 다읽고 푸는 식으로 7~8분 쓰는거 같은데 너무 많이...
-
수능 사문 등급컷 보면 쉬운도표빼고 어려눈 도표 두개 틀리면 2나 3나오는데 도표를...
-
이뻐서 설레게 돼
-
9평은 제가 쉬울정도면 아마 역대급 물이였을건데.. 6평이 기억이 안나네요 일단...
-
그 종성부용초성 모두 고른게 아니라서 틀린거 걍 내신틱의 극치아니냐 ㅋㅋㅋ 나 시험...
-
하씨발
-
남은 기간동안 영어만 할려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까요? 1
논술러라 2합4 최저만 맞추려 합니다 동아시아사는 1~2인데 영어가 2~3이라...
-
거짓말 할 줄 몰라서 내가 한 말도 헷갈림
-
23수능 (22시행) 확통으로 14.22틀 92점 27수능 (22시행) 노리는...
-
미적 수완 실모 5회 28번입니다.
-
확통 중간 2등급, 백분위 93 정도가 목표인데.. 22번정도의 문제는 풀지 않아도...
-
손끝 모고 특징 0
사회 집단 문제가 더럽지는 않지만(2409처럼) 제시문을 존나 꼼꼼히 봐야함. 항상...
-
그림이 성적처럼 지표가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수능처럼 성적표를 나눠주는거도...
-
저능아들만 모여있나 최근에 똥오줌 변기 ㅈㄴ 본듯 ㅅㅂ 막힌 것도 아니고 왜 물을 안 내리지
-
소고기 먹으러 간다는데 따라갈까.
-
재수할건데..ㅠ 6
그냥 공부하고싶어서 재수하려는데.. 갑자기 한문교육학과 가고싶기도하고.. 뭐...
-
국방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함 공익 사회복무요원은 국방세 2/5로 감세해주고 철원...
-
11덮 영어 0
어영어 이번에 쉬웠나요? 듣기ㅡ처음으로 다 맞았는데 수능땐 더 많이 어렵게 나오려나요?
-
지구도 잘하고 싶다...
-
담주 일요일에 친구랑 현역되기 전 서울 공부자극 여행가려는데 어디 갈지 추천해주세요...
-
국어 백분위 92 수학 백분위 98 영1 탐구 96 96 이쯤이면 고대 낮과...
-
건동홍 제발… 9
-
뭐하지
-
13 29 30 틀 88인데 공통 21 22가 아무리 쉬웠어도 너무하신 거...
-
11덮 생명 2
나도 47 ㅅㅅㅅㅅㅅ 근데 체감상 그렇게 쉽진 않았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돌연변이 찍맞이 다행..
-
많이 두렵다
-
한번더 처발렸다 연속으로 풀었는데 41,44 받은 12일안에 폼 ㅈㄴ 끌어올려야겠다...
-
점수변화 그래프가 사인그래프처럼 생겼는데 이게 맞는건가...?
-
확통으로 14. 22틀인데 2년만에 다시 공부해서 2년 뒤 26시행 수능 노리려면...
-
최저러 생윤 4
생윤 루트가 개념강의-ox강의-수특-기시감-원전 강의-수완-봉투 모고-파이널...
-
ㅅㅂ
-
돈 꽤나 잘번다는데 나도 들은얘기라 진위여부는 몰?루
-
가능충 글 왜올리지 했는데 제가 될 줄은 몰랐네요…. 단순한 가능충이 아니라 공부...
형님 진짜 리스펙 합니다.. 혹시 수학 어떤식으로 공부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