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막판에 하는 여러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test.orbi.kr/00069859707
정답이 아닌,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마다 성공 비결과 스토리가 다르거든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수능만 다섯 번을 봤고, 수험생으로 4년을 살았습니다. 매해마다 시험장에 들어가는 마음가짐도 달랐는데요, 그중에서 수험생으로서는 마지막인 해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0. 장수생들은 어느정도 잘 알 겁니다. 지긋지긋한 굴레에 빠진 느낌이고,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좋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렇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보는 것이 좋다고들 하고 나도 그걸 알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마음을 비우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초연한 상태라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걸 스스로도 잘 압니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 간절히 이번이 마지막 수능이기를, 내 바람이 이루어져 성불하기를 원합니다.
1. 제가 장수생이던 시절에 오랜 기간 수험생활을 하셨던 분이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이번에도 망할 수 있고, 이 시험이 내 길이 아닐 수 있음을 진정으로 통감하고 나서야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다고요.
그 말을 들은 저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될 때까지 할 생각이었고 끝까지 마음을 비우지 못했거든요. 그럼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 것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수능날 긴장을 이겨낸 저의 방법입니다.
2. 수능 결과가 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떨렸습니다. 수능 당일날만 또다른 내가 시험을 대신 치고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루는 짧습니다. 수능 시험 9시간 생각보다 금방 지나갑니다.
3. 아마도 첫 시험인 국어가 가장 떨릴 것입니다. 시험 시작 직전에 달달 떨릴 때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떨다간 제대로 집중을 못할 것 같거든요. 모두들 겪어봤겠지만 80분 내내 떨다가 결국 하나도 못 풀고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꾸 잠에 들려고 하면 잠에 안 들지만 가만히 있다보면 어느샌가 잠에 듭니다.
시험도 똑같습니다. 나는 몰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80분은 금방 지날 것이니 지난 모의고사에서 국어가 끝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그러리라 마음 편안히 먹으세요.
4. 저는 나중에 결혼도 하고 싶고 서로 합의가 되면 아이도 갖고 싶습니다. 미래에 수능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어떤 것이든 제 아이도 나중에 중요한 관문을 거칠 것입니다. 그때 제게 묻겠죠. 어떻게 그 시절과 그 순간을 이겨냈냐고.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차마 나는 이겨내지 못했으니 너라도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하기가 싫습니다.
이렇게 이겨낸 나의 자식이니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꾹 참았습니다.
아직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지만, 이 이야기를 학생들과 지인들에게 들려주곤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제 아이에게도 들려줄 것입니다. 다 그때를 이겨냈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자랑스럽고 뿌듯한 순간이 오기를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정신건강을 위해 텔그만 봐야지
-
멘탈을위해퍼센트잘나오는텔그만보는중임뇨
-
확통 1컷 97이라 주장하는거랑 비슷한건가 그럼 발작하는게 이해되네..
-
특히 과탐... 새벽감성 ㅆㅅㅌㅊ
-
어떤 분이 PPT 2007 정도로 추정되는 구형 PPT에 기본글꼴로 작업을 하고...
-
대립유전자가 A B D일때 유전자형이 BB 인 사람과 AD인 사람의 표현형은 절대...
-
실제로는 더 상향지원한다고 보면 되는거죠?
-
ㅇㅈ 6
-
성인 남자 혼자 그거 보고 있으면..
-
수능끝나고 2주정도되는데 다들 지금시기 뭐하심? 정시 배치 분석함? 6
?머해야하나용?
-
발단은 2학기 중간고사 2주 남기고 여소 받은거... 생전 처음 보는 등급이...
-
재밌구반
-
친구만나고 싶은데 친구가 없는거임뇨..
-
어차피 올해는 수학 탐구의 해인건 변함이 없어보이는 대학들 반영비보니가 여전히 수학이 짱이시다
-
Ktx 미뤘당 4
19시->21시
-
급합 0
할거 추천좀요..
-
지1 하세요 크로녹스, 네비게이터 등등 고퀄 독학서가 많아서 독학으로도 커버 ㅆㄱㄴ
-
현대문학은 난해하고 낯선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쉬운이유가 선지가 ㅈ밥이여서 그럼?
-
모두가 해피한 등급 컷이 나오길
-
[고려대 합격자를 위한 꿀팁][고려대 25학번 오픈채팅방]_슬기로운 안암생활 – "안암맛집(양식, 중식)" 2
안녕하세요. 고대에 처음 발을 딛는 우리 '아기호랑이들'을 위해, 2024년...
-
인증 4
-
낭만있게
-
할거 다했으니 이제진짜 슬슬 갈때가 되었음
-
과 무관하게 대학만 보면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그리고 경제학과는 어느 대학까지...
-
인증 3
(대충 차은우 사진)
-
과탐 고민 4
앞으로 1년~2년 동안 노베에서 열심히 해서 1등급 찍을 확률이 높은 과탐이 무엇인가요??
-
곧 검
-
평가원 얘넨 표점차 맞출 생각이 없음
-
대학 낭만 특 9
내 학점이 낭만임.
-
너무 격하게 2
할게없다
-
확통 놀라운사실 4
종로학원측 통계라 정확하진 않지만 작년 2024 수능 확통 선택자 중 상위 0.3%만 1등급이었다
-
은근 많이 나나봄… 텔그로 연고대는 계약학과랑 인기 공대 빼고는 다 연두초록파랑인데...
-
화작도 어렵고 기하도 어렵고 사탐도 어렵고 생1 화1도 어려움 그냥 내가 안하는...
-
무슨 사랑이 장난이니~ 난 빌고빌었어 니가니가 불행하라고~
-
25 수능도 끝난지 어느덧 2주가 지났습니다. 25 수능의 여운이 끝나지는 않았으나...
-
웹드라마나 이런 곳에서는 매우 낭만적으로 묘사해놓던데 현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ㄹㅇ 3 제발 간절하다.....
-
안뜨게 하는방법 없음뇨? 걍 그사람이 오르비 하고있는걸 별로 알고싶지 않은데 개발자!!!!
-
Xdk가 뭐임? 2
좋은건가
-
서울대 근황 1
이글루
-
23수능 확통29번 답 6번 연속으로 틀리고 확통버림뇨 3
고2시절에 방법 자체는 맞았는데 뭔가 계속 삑사리 나서 ㅋㅋㅋㅋ 미적런함뇨
-
고2랑 공통 대결시켜도 질듯
-
저만 의문사당했나요 마지막 교시라 너무 긴장이 풀렸나 봐요... 저걸 왜 못 봤지
-
모바일겜 추천좀
-
원래 한 과목씩 도장깨기 하려햇는데 너무 재미없고 심심해서 걍 다같이 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