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QWK [639036] · MS 2015 · 쪽지

2016-01-12 18: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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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군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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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오르비에 들어가 내가 재학중인 학과의 이름을 검색창에 치곤 한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내가 재학중인 학교의 세간 이미지와 평판이 궁금할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의대중에서는 다소 마이너한 학교라 내가 수능을 칠때만 해도 별 정보가 없었고, 있다해도 카더라 수준에 불과한 댓글들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몇 글을 보니 우리학교가 군기가 심한 학교라는 이미지가 생성된듯 했다. 근거를 대라고 하니 '물량공급' 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저가 작년 3월경에 조사한 '학과별 군기,학번제 문화 조사' 라는 구글 독스 자료를 내세웠다. 조금 웃겼다. 우리학교 부분의 작성자는 나였다.

  오랜만에 다시 물량공급의 구글독스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시작부터 보이는 가천대 의대의 똥군기 고발글.. (그러나 이 학교는 좀더 정확한 근거가 필요할 것 같다. 댓글중에 신빙성 있어 보이는 반박글이 달려있다.) 계명대, 연대치대, 원광대등등 각각 학교마다 많은 학생들이 평소 쌓아두었던 감정과 억눌렸던 울분들을 토해낸 것이 보였다. 우리학교보다 더 군기가 심해보이는 학교들도 보였고, 의대 군기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봐왔던 나조차도 치를 떨리게 하는 문화를 가진 학교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학생이 교내 군기가 심하다는 제보를 올리면, 꼭 한개씩은 "선후배 서로 존중하는 마음만 있다면 학교생활 하는데 문제없어요!", "군기 전혀 없음, 동아리 엄청 다양하고 활성화되어있음, 술자리가 많긴 하지만 절대 강요하지않음", "지나다 인사만 잘하면 특별한 문제 없는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글들도 같이 올라와있었다. 분명히 같은 학교인데, 한 쪽은 군기가 빡세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군기가 없다거나, 유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과연 어느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걸까?

   의대 재학생이 되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매우 명확하게 보인다. 그러나 아직 대학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반된 주장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정말 저 의대는 군기가 있는걸까? 그냥 글쓴 사람이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닐까? 저 사람이 훌리이면 어떡하지? 

 이런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물량공급 자료에 있는 몇몇 문장들의 행간 의미를 여러분께 알려드리려고 한다. 개인이 작성한 것이라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수험생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1. 신입생 대면식이 있지만 술은 절대 강권하지 않아요. 
=> 단톡방에 '신입생 대면식 필참' 이라는 단어가 보이는 순간 지뢰 밟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의대에는 대면식이 있고, 거의 필참해야한다..) 대면식이란건 기본적으로 당신보다 고학번인 선배들이 잔뜩 나와 후배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이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12학번 A남학생과 16학번 B남학생이 대면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A학생이 B에게 술을 권했다. 그런데 B학생이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술을 마시기 싫다고 거절한다. 그럼 A학생이 '하하호호 그래 너는 술 안마셔도 돼~' 이런식으로 반응할 것 같은가? 미안하지만 여기는 헬조선의 헬메디컬이다. 오히려 그 학생은 싸대기나 쳐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심할경우, 군기가 어느 정도 있는 의대라면 그 학생은 다음날 동기들이 보는 앞에서 선배에게 불려나와 야단을 맞을 수도 있다. "신입생이 어디 건방지게 선배 술을 거부해?" (실제로 이정도로 말하는 경우는 못 봤지만, 순화해서 말한다고 해도 결론은 이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의대에서 신입생 대면식이 있다는건, 학과생활 원만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선배가 주는 술은 마시기 싫어도 다 쳐마셔야 한다는 뜻이다.


2. 동아리, 향우회 별로 술, 군기 문화가 달라요 
=> "동아리만 잘 선택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간 좆된다. 대부분 신입생 오티 전에 각 학번에 미리 공지가 내려온다. "남의 동아리 험담하지 마세요. 안 좋은말 하지 마세요. 했다가 걸리면 고학번한테 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선배들이 당신에게 솔직하게 각 동아리의 장단점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기껏해야 "아.. 이 동아리는, 술자리가 많긴 한데,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상관없어!!" 이정도가 최대한일 것이다. 물론 속으로는 '너 그 동아리 가면 인생 좆돼!! 병신아!!' 라고 외치고 있겠지만ㅎㅎ


3. 몇몇 선배들이 군기를 잡지만 대다수는 너그러워요
=> 장담하건데, 당신이 그 '군기 잡는 몇몇' 선배를 보는 횟수가 '너그러운' 선배를 보는 횟수의 두배가 될것이다. "유한 선배도 있지만 유한 선배볼기회보단 빡센 선배볼때가 많음. 빡센선배만 부르니까. "


4. 선후배 서로 존중하는 마음만 있다면 학교생활 하는데 문제없어요!
=>zzzzzzzzzzzzzzzzzzzzzzzzzzzz 할말을 잃었다..


5. 타 의대와 달리 동아리가 강제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개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노예가 서로 쇠사슬이 금사슬인지 은사슬인지 자랑하는것과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6. 동아리 엄청 다양하고 활성화되어있음, 술자리가 많긴 하지만 절대 강요하지않음
=> 술자리 부분은 위의 1번과 동일. 동아리가 활성화되어있단건, 당신이 곧 동아리의 노예가 되어 방학때도 여행도 못가고 밤낮없이 불려가 공연 연습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의대 소개글중 제일 위험한 발언이 "동아리가 활성화되어있다." 라고 생각한다.


7. 압존법 사용
=> 설명할 가치를 못느낌.


8. 군기는 없어지는 추세이다.
=> 쇠사슬이 수갑 정도로 바뀌었다는 뜻.


9. 춤추는걸 두세번 시킴(단체로). 근데 덕분에 많이 친해지긴함
=> 후자말고 전자만 보면 된다. 덕분에 친해지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가 왜 선배들 앞에서 춤을 추며 재롱을 떨어야 하지?


10.  인간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뭐라 안하시고 군기잡거나 그런거 절대 없습니다. 앞으로 입학하게될 후배님들 걱정마시고 오세요~^^
=> 아이고 학생회장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11. 장수생들이 많이 들어올만큼 학과제가 잘 정착되있다.
=> 논리적 오류. 장수생이 많다고 해서 분위기가 좋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12. 술 잘마시고 외향적인 사람은 천국이라고 느낄거에욬ㅋ
=> 그 반대인 사람은 지옥이라고 느낄거예욬ㅋ


13. 동아리에 소속되어있지 않을 경우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 두가지 루트가 있다. 동아리에 소속해서 선배들의 노예가 되거나, 동아리에 들지 않고 자유로운 아싸가 되거나. 


14. 지나다 인사만 잘하면 특별한 문제 없는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 인사 좀 안하면 어디가 덧나냐? 개새기들아. 니들같은 선배들때매 내 척추 신경이 마비될 지경이다. 신입생때 사람 형체만 보이면 90도 인사하느라 뒤지는줄 알았다.


15. 군기가 세지 않다. 동아리 가입은 자유지만 탈퇴는 그렇지 못하다.
=> 궤변이다. 군기가 정말 세지 않다면, 왜 동아리 탈퇴를 마음대로 못하지?


16. 패는 문화는 몇년전에 사라졌습니다.
=> 지금은 몸으로 패지 않고 말로 패요 ㅎㅎ


17. 군기가 세긴 하지만 선배가 후배를 딱히 억압하려는것은 거의 없습니다. 엠티때 좀 똥군기가심하지만 선배님들도 전통이니까..라는 생각으로 가면쓰는 수준이라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 정말로 합리적인 학교라면, '전통'이라는 명목아래 악습을 행하지 않습니다.^^










* 위 내용은 오르비의 물량공급님이 만드신 구글독스 링크를 참고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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