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9-04-30 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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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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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판>





엄마, 왜 나는 광고판인가요.

세수도 샤워도 다 씻기는데요.


어이, 그만, 날 좀 쳐다봐!


키크다

잘생겼다

몸좋다

어깨넓다


나도 사실 알아요.

연병(戀病)도 제법 훔쳤죠


혼잣말로 해줄래요?


키크고 싶어

하이힐 신어

신발에 가린 은신(隱身)

깔창속의 그림자

밟히면서 치켜세우는 너에게마저 나는.


개조는 일상입니다.

쌍커풀은 누가 했나요.

코를 깎았을라구

누가 내 턱에 못을 쾅!쾅 박았나요


너는 운동하고

나는 비웃고


내가 운동하면

너도 비웃고


아빠, 왜 나는 광고판인가요.


나는 나를 볼 수 없는 걸요

어쩌다 화장실 거울

벽면대 녹쇠

찬장에 낀 이끼처럼

지나가던 쇼윈도에 비친

그 순간만 

제외한다면.


잊힐 권리가 화두인데

내 병종(兵種)은 

 나를 잊기

 때론 잃기

나는 사실 너를 보고,

그를 보고, 

그녀를 보고

전화기만 보고

나에게는 마중만.


이번 달엔, 뭔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나의 노력은

그대를 위한 것이죠.

운동하고

턱을 깎고

가슴까지 키웠어요.

그대만을 위한 전시

개인전(個人戰)이라니!


엄마, 

모든 것이 밖으로 나오려 해요

어깨도 나오고

광배근도

복근도

허벅지도

심지어 섹시백도!


우리 비밀엔 몸이 없어요

고유한 모습도 없어요

사진 속 우린

사회가 원하는

신뢰받는 자

조롱받는 자

억압받는 자


아버지, 오늘은 면접이에요.

아들놈, 뭔 놈의 회사라고 그리 난리더냐


면접 볼 땐 성실한 샌님,

너를 볼 땐 적당히 놀 줄 아는


신입사원 광고판

연애 광고판


어머니, 


오늘 나는 또 

어떤 거적데기가 되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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