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20-04-29 16: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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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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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이 말은, 또 다른 말과 함께 나의 경구가 됐다. 또 다른 말이 무엇인지는 후술하기로 한다.


바야흐로 2년 전 일이다.


피아노를 치다 새로운 곡을 받았다.


리스트의 라캄파넬라


이름만 들어도 무슨 곡인지 모른다면

직접 들어보면 다들 안다.


클라우디오 아라우, 손열음의 연주가 유명한 이 곡을

부조니라는 작곡가가 편곡했는데

난 이 곡에 흠뻑 젖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주신 도이치 그라모폰 전집.

그걸 들으며, 인켈 스피커 우퍼에서 나오는 '종'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나는,

CD와 백서를 뒤졌고

며칠 뒤 그 곡 이름이 <라 캄파넬라>인 것을 알았으며

십 년 뒤 그 곡이 리스트가 아닌 <부조니>의 라 캄파넬라인 것을 알았고

이 십 년 뒤인 지금 그 곡을 치고 있다.


작년 반클라이번 국제 콩쿨에 지원하며

비디오 녹음을 할 때,

그 대곡을 하나 틀리면 다시 촬영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 때마다 떠올렸다.

할 수 없는 건 없다.


왜냐하면 '지금' 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첫 도입부 '레#'음과 2옥타브 위 '레#'음이 안 닿을 때마다,

중반 재현부 도약으로 점철된 아티큘레이션이 매끄럽지 않을 때마다,

마지막 주제부가 구현되며 루바토에 치중해 속도조절을 균질하게 하지 못할 때마다


"나는 왜 안 될까"가 아닌,

'다시 하면 된다'고 되뇌었다.


그렇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정해진 빠르기로 미스터치 하나 없이

'적절한' 프레이즈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렇게 6개월을 한 곡과 씨름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콩쿨에서 나는, 

도입부 연타 부분에서부터 실수를 했고

재현부 도약이 쏟아지는 부분에서 페달링을 남발했으며

마지막엔 그냥 될 대로 되라 쳐버리고 나와버렸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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